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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는 왜? '46홈런' 외인을 마운드에 올렸나…역사상 첫 '외인 야수' 등판의 배경 [SC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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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4일 창원 NC파크. 5-17로 크게 지고 있는 상황, 9회초 2아웃 상황에 NC 다이노스 벤치가 투수 교체를 알렸다.

그런데 마운드로 오르는 투수의 얼굴이 생소했다. 다름아닌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이었다. 이날 1루수로 선발출전했던 데이비슨은 팔을 가볍게 푼 뒤 곧바로 마운드에 올랐다. 지명타자 권희동이 1루를 맡았다.

막상 마운드에 오르니 남달랐다. 단 2구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직구 구속이 138㎞-137㎞에 달했다. 뜻밖의 구위에 놀란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은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상대 타선 폭발보다 아픈 실책을 연발하며 12점 차로 대패한 날이었지만, 창원 현장을 찾은 팬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준 이색 볼거리였다.

깜짝 등판은 데이비슨 본인이 자처했다. 데이비슨은 경기중 이용훈 투수코치를 찾아가 "오늘 점수 차이가 큰데, 혹시 투수가 필요하면 내가 던지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2011년 창단한 NC구단 역사상 야수가 투수로 등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정규시즌 기준)이다. 데이비슨은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투수로 등판한 외국인 야수'로도 이름을 새겼다.

'끝장승부'를 펼치는 메이저리그의 경우 야수의 등판이 간혹 이뤄지지만, 국내 프로야구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날 NC 불펜 상황은 그만큼 어려웠다.

선발 이준혁이 2회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고, 워낙 점수 차가 크다보니 불펜 투수들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날이었다.

4회 8실점으로 이미 점수차가 2-14로 벌어졌지만, 5이닝이 더 남아있었다. 4회 등판한 김태훈이 5회까지 투구수 46개를 기록하며 버텼다. 이어 최우석이 2이닝 35구, 김민규가 1⅔이닝 29구를 던졌다.

일반적인 불펜투수의 투구 수는 30개 안팎. '원칙'을 강조하는 이호준 NC 감독은 야수의 투수 등판을 그리 반기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선수 본인의 요청이 있었고, 불펜 상황도 쉽지 않았고, 점수차도 워낙 컸다. 데이비슨에게 등판을 준비시켰던 이유다.

데이비슨은 메이저리그 시절 투수로 여러차례 마운드에 오른 경험이 있다. 빅리그 통산 6경기 6⅓이닝을 소화하며 5안타 3볼넷 2실점, 3K. 데이비슨에게 삼진 당한 타자 중에는 뉴욕 양키스의 거포 지안카를로 스탠튼(2018년)도 있다.

가장 최근 등판은 신시내티 레즈 시절인 2020년 9월 1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이다. 당시 데이비슨은 1-14로 뒤진 8회초 투수로 등판, 2이닝을 소화하며 3안타(홈런 1) 1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세인트루이스 선발은 김광현(SSG 랜더스)이었고, 5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된 경기였다.

데이비슨은 "앞으로는 오늘처럼 점수차가 많이 벌어지는 상황이 없으면 좋겠다. 다만 언제든 팀을 위해 마운드에 오를 준비는 돼 있다"고 전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