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드론 공격에 맞서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공중전 전술을 펼쳐 화제다.
구식 프로펠러 항공기에 탑승한 조종사와 사수들이 몸을 내밀고 산탄총과 소총으로 드론을 격추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과 F-16 전투기를 비롯한 서방의 첨단 방공 시스템을 일부 보유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쏟아내는 드론의 물량 공세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이런 비정형적 전술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육군 항공 11여단은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야크-52(Yak-52) 프로펠러 항공기를 투입해 지난해에만 총 120대의 드론을 산탄총과 소총으로 격추했다. 한때 자동차 정비공이었던 한 사수는 "지금은 첨단 기술이 넘쳐나는데, 나는 여전히 조종석 밖으로 몸을 내밀고 산탄총으로 드론을 쏘고 있다"며 자신이 직접 격추한 드론만 60대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공중전 전술을 연상시킨다.
당시 전투기 조종사들은 조종석에서 몸을 내밀고 총을 쏴야 했는데, 현재 11여단의 전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야크-52에는 레이더조차 없어 조종사는 무선 지시만 받은 뒤 직접 눈으로 드론을 포착해 접근해야 한다.
사수들은 드론과 불과 60~90미터 거리까지 접근한 뒤 조종석 덮개를 열고 사격을 가한다.
한 사수는 "말 위에서 총을 쏘는 것과 같다"고 묘사했다.
'원시적' 전술이지만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11여단 부지휘관 미콜라 리하츠키 대령은 "이런 전술만으로도 하루 평균 드론 격추의 10~12%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은 영국이 과거 사용했던 전술을 재활용해, 항공기의 날개로 드론을 밀어 궤도를 이탈시키는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는 드론에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해 직접적으로 프로펠러 항공기를 조준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가미카제'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11여단 지휘관 코스탠틴 오보린 대령이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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