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김혜은이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김혜은은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 (장현 극본, 이나정·김동휘 연출)에서 정차란 역을 맡아 캐릭터의 자리를 또렷하게 남겼다.
김혜은은 '태풍상사' 속 정차란을 통해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속 정사장을 떠올리게 하며 나름의 세계관을 밀도 있게 만들었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여성 사업가, 화려한 복고 패션과 현실적이고 강단 있는 언어, 그리고 단단한 생존력까지. 김혜은은 과거의 인물을 단순히 복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 사장의 현재형처럼 다시 살아 숨 쉬는 여성상을 완성했다. 시간이 지나도 뚝심 있고 한결같은 카리스마를 지닌 정차란은 김혜은이 완성해낸 그의 진짜 매력이자 다른 배우로 치환할 수 없는 존재감 있는 등장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정차란은 원양어선을 통한 납품이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냉정한 판단과 현실적인 결단력으로 상황을 수습하며 리더다운 단단함을 드러냈다. 또한 태풍(이준호)과 미선(김민하)을 지켜보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에서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어른의 품격과 배려가 묻어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김혜은은 극의 주요 흐름마다 등장해 중심 인물들의 관계와 서사를 단단히 잇는 역할을 했다. 위기 상황에서는 냉철한 통찰로 방향을 제시했고,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마다 특유의 리듬감으로 장면의 균형을 잡았다. 태풍과 미선, 윤철(진선규) 사이의 긴장과 신뢰를 매개하는 존재로, 작품 전반의 톤을 안정시킨 인물이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짧게 나와도 분위기를 바꾼다", "정차란이 나올 때 몰입도가 달라진다" 등 반응을 보이며 김혜은이 만들어낸 캐릭터의 생생함에 호평을 보냈다.
특히 그는 화려함과 단단함, 그리고 거리감과 온기를 오가는 정차란의 결을 담담하게 구축하며 극 속 인물로서 담백하게 녹아들었다.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기보다 시선과 호흡으로 인물의 무게를 쌓아가며 극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는 시청자에게 잠시 머물렀지만 필요한 순간마다 화면을 확실히 채우며 또렷한 인상을 남겼다.
'태풍상사'를 마친 김혜은은 오는 12월 개막하는 연극 '그때도 오늘2: 꽃신'으로 첫 연극에 도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그때도 오늘2: 꽃신'은 15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네 시대를 오가며 여성들의 삶과 연대를 그리는 작품. 극 중 김혜은은 여자1 역을 맡아 인물의 다양한 감정선을 깊이 있게 펼쳐낼 예정이다.
한편, 드라마를 통해 존재감을 각인한 데 이어 공연 무대까지 활동 반경을 넓힌 김혜은. 그는 장르를 가로지르며 쉼 없는 열연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