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수리남이 역대 최초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눈앞에 뒀다.
수리남은 14일(한국시각) 수리남 파라마리보의 프랭클린 에세드 스타디온에서 열린 엘살바도르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북중미 3차예선 5차전 홈 경기에서 4대0 대승을 거뒀다.
전반 44분 티아론 체리(네이메헌)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간 수리남은 후반 29분과 31분 리쇼넬 마가렛(고어헤드이글스)의 연속골과 38분 도라소 클라스(이베리아 1999)의 쐐기골로 4골차 승리를 챙겼다.
이로써 3차예선 5경기 연속 무패(2승3무)를 질주하며 승점 9를 획득한 수리남은 조 선두를 유지했다. 한 경기 덜 치른 2위 파나마(승점 6)과 승점 3점차로, 득실차에선 4골 앞섰다. 19일 과테말라 원정에서 승리시 조 1위에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얻을 수 있다. 북중미 3차예선에선 3개조 1위 3팀이 본선에 직행하고, 조 2위 중 성적이 좋은 한 팀이 대륙간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엘살바도르는 이날 패배로 조기 탈락했다.
수리남은 1962년 칠레월드컵 예선을 통해 월드컵에 첫 도전장을 내민 후 60년 넘게 본선에 오른 적이 없다.
이전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수리남은 지리상 남아메리카에 위치했지만, 가이아나, 프랑스령 기아나와 함께 북중미축구연맹(CONCACAF)에 가입해 북중미 예선에 참가하고 있다. 선수단의 절대 다수가 수리남이 아닌 네덜란드에서 나고 자랐다.
인구는 약 63만명으로 대한민국 전주시 인구(62만7900명)와 비슷하다. 역대 월드컵 본선에 오른 국가 중 인구수가 가장 적은 나라는 아이슬란드였다.
수리남 대표팀의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26위로, 월드컵 본선에 오르면 역대 순위가 가장 늦은 월드컵 출전팀이 된다. 종전 기록은 2010년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한 북한(105위)이 보유했다.
수리남 정부는 2021년에야 이중국적을 허용했다. 이로 인해 공격수 쉐랄도 베커(오사수나), 미드필더 장-폴 보에티우스(다름슈타트) 등이 속속 수리남 대표팀에서 뛰기 위해 수리남을 찾았다. 4년간 유럽 무대에서 기량을 쌓은 선수들의 '영입'으로 전력을 업그레이드한 수리남은 3차예선에서 랭킹 31위 파나마와의 두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에드가 다비즈, 아론 빈터, 클라렌스 시도르프 등이 수리남에서 태어나 네덜란드 축구를 빛냈다.
마찬가지로 수리남에서 태어난 스탠리 멘조 수리남 대표팀 감독은 1980~1990년대 아약스, PSV에인트호번,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에서 활동한 전설적인 골키퍼로, 2022년 잠시 수리남을 맡았다가 지난해 다시 수리남 지휘봉을 잡고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번 북중미월드컵 본선 진출팀이 종전 32개국에서 16개국 늘어난 48개국이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데뷔국'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시아의 요르단과 우즈베키스탄, 아프리카의 카보베르데 등 세 팀이 월드컵 본선 티켓을 처음으로 획득했다.
북중미 트리오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월드커 개최국 자격으로 월드컵 예선에 참가하지 않은 건 수리남 입장에선 최고의 보너스였다. 북중미카리브 지역에 할당된 티켓이 3.5장에서 6.5장으로 늘어나면서 수리남, 퀴라소와 같은 국가들에게도 월드컵 진출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수리남이 과테말라 원정을 떠난 날, 파나마는 조 최하위 엘살바도르(승점 3)를 상대로 홈에서 A조 최종전을 치른다. .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