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WBC가 중요한 건 알지만…투구는 팔에 큰 부담을 준다'
내셔널리그 MVP 3연패와 소속팀 LA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를 이끈 오타니 쇼헤이는 다저스 구단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선언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국가대표로서 다시 한번 세계 최정상에 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개인 SNS에 드러냈다. 이제 오타니의 WBC 출전은 기정사실이 됐다. 누구도 말릴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오타니의 활동범위에 관해서는 제약을 걸 수 있다. 유일하게 그게 가능한 인물이 바로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의 WBC 출전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그러나 오타니가 WBC에서 '투타겸업'으로 활동하는 것은 막을 듯 하다. 투타 겸업에 관해 반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일본 매체 베이스볼채널은 28일 '오타니가 WBC에서 투타겸업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로버츠 감독이 미국 현지 매체를 통해 (투타겸업에) 반대의 속내를 내비쳤다'고 전했다.
로버츠 감독 입장에서는 당연히 오타니의 WBC 출전을 만류하고 싶어한다. 오타니 뿐만 아니라 월드시리즈 MVP인 야마모토 요시노부, 시즌 막판 불펜에서 맹활약한 사사키 로키 등 팀의 핵심전력인 일본인 투수들이 비시즌 동안 온전히 휴식만 취하길 바란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리는 WBC에 출전하면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담으로 정규리그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상이라도 입는다면, 한 시즌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일단 공식적으로 반대하진 않았다. 그는 지난 15일 일본 도쿄를 방문했을 때 "WBC는 야구 선수들과 출전 국가에게는 매우 중요한 대회다. 출전할지 말지는 선수들이 결정할 일이고, (LA다저스 소속) 선수들이 일본을 대표해 참가하는 것 또한 자유다. 그러나 피칭은 몸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내년 시즌을 위해서는 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의 반대 의사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오타니는 LA다저스 소속 일본인 선수 중 가장 먼저 확실하게 WBC에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로버츠 감독으로서는 속이 부글부글 끓을 수 밖에 없다. 다저스 전력에서 오타니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WBC 출전으로 체력이나 몸상태에 문제가 생긴다면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그렇다고 해서 오타니의 WBC 출전을 로버츠 감독이나 구단 차원에서 무효화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경기 출전방식을 제한할 수는 있다.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가 바로 '투타겸업 금지'다. 지명타자로만 WBC 일정을 소화하게 한다면, 그나마 팔 부상 위험에 덜 노출될 수 있다. 일본매체인 베이스볼 채널은 바로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다.
상당히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다. 로버츠 감독 뿐만 아니라 다저스 구단 또한 올해 비로소 팔꿈치 재활을 마치고 투수로도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가 WBC에서 공을 던지다 또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이닝수 제한 또는 아예 전면적인 투구 금지 조건을 내걸 수 있다.
만약 로버츠 감독과 다저스 구단이 실제로 오타니에게 이러한 제약을 건다면, 1라운드에서 일본과 격돌하게 되는 한국 야구대표팀에는 뜻밖의 호재가 생길 수 있다. 오타니가 마운드와 타석에서 맹활약하는 상황을 막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타자 오타니'도 무시무시하지만, '투타겸업' 오타니는 악몽이다. 로버츠 감독이 더 강하게 반대의사를 표시할 수록 한국 대표팀에는 이득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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