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로 돌아온 불혹의 타격장인 최형우(42).
기다림 끝 3일 삼성과의 계약 공식 발표가 났다. 삼성 팬들은 환호했고, KIA 팬들은 낙담했다.
그런데 발표된 계약 조건이 예상보다 소박했다. 2년 최대 26억원.
2년 전 비FA 다년계약으로 KIA 타이거즈와 맺었던 1+1년 최대 22억원 보다는 좋은 조건이지만, 시장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지난 2년간 '회춘모드'를 발동했다. 지난해 116경기 0.280의 타율에 22홈런 109타점으로 통합 우승의 주역이 됐다. 올시즌에는 더 잘했다. 133경기에서 0.307의 타율과 24홈런, 86타점, OPS 0.928. 부상병동으로 신음하던 타선의 중심을 지켰다.
2024 시즌을 앞두고 맺은 1+1년 최대 22억원 계약의 근거가 됐던 2021년~2023년 성적보다 월등한 활약이었다.
아무리 미래 지향적인 FA 계약이라고는 해도 2년 전 조건은 충분히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최근 FA 시장은 거품이 끼면서 몸값이 폭등한 상황. 삼성이 참전하면서 경쟁까지 붙었다. 몸값이 오를 만한 여건이 두루 갖춰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2년 최대 26억원이란 '거품 안 낀' 계약이었다. 게다가 이 안에는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까지 포함돼 있다. 삼성이 보상금으로 KIA에 지불해야 할 15억원을 감안해도 과한 금액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원 소속팀 KIA 타이거즈의 제시 조건에 관심이 모아졌다.
최대 총액이 26억보다 적지 않았기에 삼성의 2년이 아닌 KIA의 1+1년 제시안이 협상 결렬의 이유로 거론됐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이 부분이 맞다. 최형우는 안정된 2년 보장의 틀 안에서 뛰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1+1년 조건이 삼성으로 온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이미 삼성을 떠나온지 강산이 변할 10년 세월이 지났지만, 최형우는 가슴 한켠에 오늘을 있게 해준 삼성 라이온즈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살았다.
은퇴했지만 오승환을 필두로 구자욱, 류지혁 등 절친한 선수들도 많다. 오승환 은퇴식 때 최형우는 조연 아닌 주연 처럼 삼성 선수단과 섞여 사랑하는 선배의 마지막 그라운드를 빛냈다. 삼성 후배들은 최형우 선배에게 억지로 삼성의 푸른 모자를 씌우고 단체 사진을 찍게 하는 짓궂은 장난으로 라이온즈 복귀에 대한 희망을 넌지시 표현했다. 그 바람이 두 달여 만에 현실이 됐다.
모든 계약 조건보다 최형우의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내년 목표는 우승이고, 왕조재건이다. 최형우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진정성 있는 호소가 타격장인을 흔들었다. 장수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거는 법. 돈이 전부는 아니었다.
돈을 더 받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지만 최형우는 통 크게 계약 세부사항이 마무리 되기 전 친정 복귀에 대한 마음을 굳혔다. 삼성행 확정 기사가 나온 뒤 한참 후에야 공식발표가 나온 이유다.
15억원 보상금 부담까지 안아야 했던 삼성은 최형우에게 더 좋은 조건을 마련해주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이미 마음을 굳힌 최형우가 쿨하게 페이컷 계약서에 사인하면서 푸른 유니폼의 최형우 사진이 비로소 공개될 수 있었다.
'타격장인' 최형우에게 진짜 중요한 건 돈이 아닌 '왕조재건'을 위한 자신의 쓰임새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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