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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풀어본 2025년 한국 게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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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 게임산업은 전반적인 정체기를 겪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게임 이용률은 50.2%로 전년 대비 9.7% 감소했고, 최근 5년 연평균성장률(CAGR) 역시 -6.8%로 하락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PC와 콘솔 게임의 이용률은 소폭 증가했지만, 그동안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을 견인했던 모바일게임 이용률이 감소한 탓이다.

이는 전반적인 매출 정체 혹은 하락의 원인이 됐고,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급등한 가운데서도 대부분의 게임주는 이 흐름에서 낙오되는 결과를 보였다. 시장에서 히트한 신작의 볼륨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가운데서도, 기존 라이브 게임의 글로벌 시장 성적에 따라 게임사별 양극화도 여전했다.

그럼에도 불구, 유저들의 기호 변화라는 트렌드에 맞춰 플랫폼과 장르별로 좀 더 다양한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국내외 스튜디오 체제를 통한 게임 개발이 자리를 잡게 됐다. 또 AI(인공지능)를 활용한 개발의 본격화와 더불어 양면성이 더욱 부각됐고, 20년만의 게임법 전면 개정안 추진에 따른 게임의 법적 및 인식의 제고와 더불어 사후 규제의 강화 등 상당한 변혁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올해 게임산업을 키워드로 돌아본다.





▶경쟁의 시대, 다양화로 맞선다

게임 이용률과 연평균성장률의 하락세는 유저의 기대에 부합하는 신작의 감소와 장르 및 비즈니스 모델의 고착과 함께 전반적인 경기 침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대체재가 많아졌다는 외부적인 요인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서 게임이용 이탈 요인을 분석한 결과, '시간 부족'은 44%로 나온 반면 대체 여가로 'OTT·TV·영화·애니 등 영상 시청'이 86.3%으로 2배 가까이 높게 나온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만큼 게임 이상의 흥미를 주는 콘텐츠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여기에 시간과 가용자원을 투입하면서, 게임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결국 정체된 국내 시장에서 유저를 다시 끌어모으는 한편 글로벌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선 확률형 아이템과 MMORPG, 모바일 등 3대 요소에 여전히 집중된 현 기조를 타파해야 하고, 이는 수준급 콘솔과 PC 게임 및 캐주얼과 전략, 서브컬처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다시 다다르게 된다. 네오위즈가 콘솔 게임 'P의 거짓' DLC인 '서곡' 출시로 다시 한번 의미 있는 매출 기록을 세우고, 시프트업이 '스텔라 블레이드'의 PC 버전 출시로 누적 판매량 300만장을 넘어서는 등 한국 게임사의 개발 경쟁력을 입증하고 확고한 히트 IP로 자리매김 하며, 향후 확장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게임사에도 큰 자극을 주고 있다.

넥슨의 해외 개발 자회사인 엠바크 스튜디오에서 출시한 어드벤처 PC 신작 '아크 레이더스(ARC Raiders)'가 출시 12일만에 글로벌 판매량 400만장을 돌파하는 대히트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게임' 부문을 수상한 것도 향후 개발 방향성을 제시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펄어비스가 수준급의 멀티 플랫폼 액션 어드벤처 게임인 '붉은사막'을 내년 3월 출시를 예고하면서 이 대열에 합류할 조짐이고, 많은 게임사들이 캐주얼, 전략, 액션, 디펜스, 서브컬처 등 그 어느 해보다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신작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이용률 하락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AI에 대한 기대 그리고 갈등

AI는 이제 게임 개발에 깊숙하게 개입하기 시작했다.

많은 회사들이 각종 AI 툴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엔씨소프트의 계열사인 NC AI는 13년 넘게 축척한 R&D와 리소스를 활용해 3D 생성 플랫폼 '바르코 3D', 맞춤형 음성 생성 서비스 '바르코 보이스', 실시간 번역 서비스 '바르코 트랜스레이션'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계속 출시하며 국내에서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 규모나 1인 개발자 등은 좀 더 빠르고 쉽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혁신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좋은 아이디어와 스토리, 세계관 등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요소는 AI가 제작을 도와줌으로써 더욱 다양하면서 수준급 완성도를 가진 작품들이 출시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이는 AI 서비스를 둘러싼 창작의 정의와 범위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함께 법적 윤리적 용인 수준에 대한 사회적인 논쟁과 고민을 계속 던지고 있다. '더 게임 어워드'에서 '올해의 게임'(GOTY)을 비롯해 무려 9관왕에 오른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가 이후 '인디 게임 어워드'에서 개발 초기 생성형 AI를 활용했다는 이유로 모든 상이 박탈되면서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AI로 인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던전앤파이터' 개발사인 네오플의 국내 게임업계 사상 5개월에 걸친 첫 전면 파업은 산업계에 남아 있는 갈등 상황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매출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급 지급 문제로 불거졌지만, 평균 2억원이 넘는 고연봉 사업체에서 불거진 사태였고 이후 업데이트 지연과 매출 하락, 행사 취소 등 기업과 유저 모두에게 큰 생채기를 남기는 선례가 되면서, 다른 게임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를 낳았다. 여기에 AI 활용으로 인해 예전과 달리 신입 직원 채용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AI 본격 도입으로 인해 다른 산업군보다 훨씬 더 기존 개발자들의 지위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어떻게 수렴해 나갈지가 사회적 과제가 될 수도 있다.

▶변화에 따른 위기와 기회

AI에 의한 물리적인 변화와 함께 여당의 게임특별위원회, 조승래 민주당 의원 등이 주도하는 게임법 전면 개정안 발의는 법적, 제도적으로 게임의 위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게임을 문화 예술로 격상시키고, 게임산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게임진흥원을 설립하며 기존의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폐지해 진흥원 산하로 편입시키는 등 현재보다 규모와 위상을 제고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확률 정보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미공개할 경우 매출액의 3% 또는 1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안건도 포함되면서 또 다시 규제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0월 업계 간담회를 통해 "게임은 중독물질이 아니다"라고 힘을 실으면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의 국내 도입에 대한 논쟁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도 산업계로선 상당한 호재라 할 수 있다.

다만 법안 발의 이후 별다른 진행이 되고 있지 않으며, 정부에서도 아직 미온적이고, 이해관계를 둘러싼 각종 얘기만 오가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젊은 세대의 표심을 끌기 위한 정치적인 수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실망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정치권에서 판을 깔아줬으니 각종 이해관계를 접어두고, 대의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업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통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전반적으로 정체 혹은 침체기의 상황이기에, 변화의 기회를 스스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