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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7천억달러 이후의 과제…거세지는 '무역장벽' 올해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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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7천억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여섯 번째 '수출 강국' 반열에 올랐다.
미국발 관세 파고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작년 하반기에 강력한 뒷심을 발휘한 결과다.
새해 실물경제 여건 역시 녹록지 않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자국 우선주의 무역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는 등 글로벌 교역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려면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하반기 반전 드라마…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끈 쾌거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2025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수출은 7천97억달러로 사상 첫 연간 7천억달러를 넘어섰다.
2018년 6천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7년 만이다. 한국은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연간 수출 7천억달러를 넘긴 여섯 번째 국가가 됐다.
지난해 초만 해도 미국발 관세 충격과 보호무역 확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수출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상반기 수출은 감소세를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 대미 관세 협상 타결 등 통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해 6월부터 7개월 연속 월 기준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경신하면서 단숨에 7천억달러 고지를 밟았다.
수출 증가세는 반도체가 견인했다. 작년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2.2% 급증한 1천734억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4%로 확대됐다.
메모리 시장에 인공지능(AI)발 훈풍이 불면서 반도체 수요와 가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촉진했다.
자동차(1.7%), 바이오헬스(7.9%), 선박(24.9%), 컴퓨터(4.5%), 무선통신기기(0.4%) 등도 견조한 성장을 이어갔다.
농수산식품(124억달러·6.6%), 화장품(114억달러·12.3%) 등 소비재도 K-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새로운 수출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수출 지역도 미국·중국으로의 비중은 감소하고 유럽연합(EU), 아세안·독립국가연합(CIS) 등 지역으로의 비중이 증가하며 다변화 추세를 보였다. 9대 수출시장 중 6개 시장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 2026년 '진짜 승부처'…높아지는 무역 장벽
전문가들은 대미 관세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는 올해가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리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규제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CBAM은 EU로 수출되는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에 대해 탄소 배출량에 비례한 비용을 사실상 추가 관세처럼 부과하는 제도다.
올해부터 EU에 해당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배출권거래제 가격을 반영한 인증서를 구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실질적인 부담을 지게 된다.
캐나다와 EU, 멕시코는 철강 수입에도 빗장을 걸었다.
캐나다는 지난달 26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대한 철강 저율관세할당(TRQ) 적용 기준을 100%에서 75%로 축소하고, 철강 파생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한국산 철강 제품은 전년도 수출량의 75%를 넘는 물량에 대해 새롭게 50%의 관세를 내야 한다.
EU는 외국산 수입 철강에 대해 국가별로 일정 쿼터는 무관세를 적용하고 이를 넘는 양에 대해서만 25% 관세를 매겨왔지만 올해 6월을 전후해 이 쿼터를 47% 축소하고 관세를 2배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멕시코는 한국과 중국 등 FTA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자동차 부품과 섬유 등 현지 당국에서 '전략 품목'으로 지정한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새해부터 인상했다.
캐나다, EU, 멕시코가 철강 관세를 예고한 것처럼 미국 외에 무역장벽을 높이는 국가가 늘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엇갈리는 올해 수출 전망…"질적 성장과 AI 혁신이 관건"
세계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탓에 올해 수출 전망은 엇갈린다.
산업연구원은 세계 경기 부진과 교역 둔화, 기저효과 등을 이유로 올해 수출이 6천971억달러로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미국 관세 인상 영향이 본격적으로 파급되면서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한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국무역협회는 AI 수요를 기반으로 반도체와 IT 제품이 수출을 견인하며 지난해보다 다소 높은 7천11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협은 지난해 수출이 단순한 금액 증가에 그치지 않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질적 성장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무협은 "축적된 기술력·생산역량이 AI 수요 전환과 부합하면서 단기 특수가 아닌 구조적 경쟁 우위로 전환했다"며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수출 7천억달러 이상을 달성하려면 기업과 정부가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반도체와 자동차를 잇는 새 고부가가치 수출 품목을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국제 규범 재편 속에서 핵심기술·소재·부품 확보, 공급망 안정성 제고, 해외 생산기지 다변화 등이 절대적 과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AI 기반 생산성 혁신의 가속화가 요구된다"며 "AI·디지털 기술은 모든 산업 경쟁력의 토대이므로, 국가데이터 인프라 고도화, AI 활용 확대,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 지원 등을 통해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changyo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