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1년간 각각 75.5%와 36.5%씩 상승하며 말 그대로 거침없는 '진격 퍼레이드'를 펼쳤다.
실제 현실 경기에선 이를 체감하기 힘들었지만, 국내외의 각종 악재가 걷히면서 주식 시장 특유의 선행적인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국내 게임사의 주가는 이 흐름에 전혀 올라타지 못한 '낙제생'이 됐다. 전년 대비로 전반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코스콤의 'ETF 체크'를 통해 ETF(상장지수펀드)의 2025년 누적 수익률을 분석했을 때 총 5개의 국내 게임 테마 ETF는 마이너스 4~9% 정도에 그치며, 모두 최하위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특정 산업군 ETF 가운데선 유일한 마이너스 수익률일 정도로 시장의 믿음을 얻지 못했다.
게임사별로도 등락이 계속된 가운데 신작 출시 혹은 기대 효과로 엔씨소프트나 펄어비스, 네오위즈 정도만이 지난 1년간 주가가 상승했을 뿐 대부분 하락했던 것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기저 효과'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에 이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등으로 중국 시장 문호 확대 가능성 등이 반영되면서 주요 게임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할 정도로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추진과 더불어 원화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제도화 역시 블록체인 업계뿐 아니라 국내 게임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변수이다. 지난 1년간의 주가 변동을 통해 올해를 전망해 본다.
게임사의 힘은, 역시 신작
어쩔 수가 없는, 하지만 흥행산업에 속한 게임사의 최고 수익원은 신작이다.
물론 기존 라이브 게임의 지속적인 매출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게임사의 턴어라운드를 이끌고 화제의 중심으로 만드는 것은 단연 새로운 작품의 출시라 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와 올해의 주식 개장일인 2025년 1월 2일과 2026년 1월 2일의 주가 비교를 통해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1년의 기간 사이 주요 게임사 가운데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펄어비스는 오는 3월 출시될 신작 액션 어드벤처 게임 '붉은사막'의 기대감이 올곶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두 차례 연기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던 펄어비스는 콘솔 플랫폼의 글로벌 AAA급 신작의 공개 날짜가 확정된데다, 지난해 3분기 '검은사막'의 중국 시장 안착이 본격화 되면서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된 덕에 1년 사이 주가가 41.3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오위즈 역시 37.22% 상승했는데, 이 역시 글로벌 인기작인 'P의 거짓'의 DLC 콘텐츠인 '서곡'의 출시 및 매출 기여와 더불어 글로벌 콘솔 대작의 개발력을 제대로 입증시키며 IP의 확장 가능성까지 열었다는 시장의 기대감이라 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18.96% 올랐는데, 여기에는 2024년 첫 연간 실적 적자라는 악재를 딛고 구조조정 및 효율화가 이뤄졌으며, 신작 '아이온 2'의 출시와 함께 자회사 NC AI가 주도하고 있는 AI(인공지능) 기술 고도화라는 엄청난 부가적인 효과도 담겼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4월 역대 10년간 장중 최저가인 13만 4600원을 찍은 후 급반등을 기록한 주가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시야를 넓혀서 한국 게임사이지만,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넥슨의 경우 지난해 역대 최고가(3877엔)에, 시가총액 3조엔을 처음으로 돌파할 정도로 독주를 펼쳤다. 도쿄거래소 종가 기준으로 2294.5엔(2025년 1월 6일)에서 3827엔(12월 30일)으로 66.79%나 급등했다.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의 라이브 게임이 기반이지만, 여기에 국내에선 '마비노기 모바일', 글로벌에선 개발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아크 레이더스' 등 두 신작의 흥행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개발력 다지며, 다시 상승세로
반대로 얘기하면, 흥행 신작의 공백은 하락세의 근본적인 이유가 됐다.
지난 1년간 주가 흐름에서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인 시프트업이 대표적이다. 1년 전 6만 12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2일 3만 5750원까지 41% 이상 하락했다.
'승리의 여신: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 등 두 글로벌 흥행작을 바탕으로 3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했지만, 두 게임의 명성을 이을 신작의 부재는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 60% 이상의 영업이익률 지속 등이 예상됨에도 불구, 주가가 뒷걸음질 친 이유다. 올해는 '스텔라 블레이드' 후속작과 신규 IP인 '프로젝트 스피릿' 등 기대작들의 개발 단계와 출시 일정 공개 등에 반등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임 대장주인 크래프톤의 주가가 5월 이후 급락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지난해 역시 역대 최고 매출이 기대되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이 10 이하로 떨어질 정도로 시장의 기대감이 떨어진 이유는 역시 '인조이'나 '어비스 오브 던전' 등 신작들이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탓이라 할 수 있다. 올해 신작 '팰월드 모바일', '서브노티카2' 등에 이어 AI 중심 구조의 개발력 전환 등 중장기적인 전략의 가시적인 성과가 변곡점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게임즈는 스테이블 코인 관련주로 묶이며 크게 반등했지만, 연중으로는 역대 최저가를 찍을 정도로 흐름이 순탄치 못했다. 넷마블도 실적에선 확실한 반등에 성공했지만 주가는 심한 오르내림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 넷마블은 오는 28일 선보이는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과 '몬길: 스타다이브', 카카오게임즈는 '크로노 오디세이', '프로젝트 Q' 등 각각 5개 이상의 기대작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시장의 기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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