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팀마다 필요한 포지션이 생기면 후보들을 놓고 경쟁에 돌입한다. 그러나 LG 트윈스는 다르다. 경쟁이 없다. 우선 순위를 놓고 낙점한다. LG 염경엽 감독의 육성 스타일이다.
2024년 5선발이 필요했을 때 염 감독은 김윤식과 손주영 등의 후보들 중에서 스프링캠프 시작 때 일찌감치 손주영에게 5선발 자리를 줬다. 손주영은 이전까지 1군에서 풀타임을 던져본 적이 없었던 선수였지만 염 감독은 믿고 맡겼고 손주영은 풀타임 선발로 나서 28경기서 144⅔이닝을 던져 규정이닝을 채우며 9승10패 평균자책점 3.79의 좋은 성적으로 염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지난해엔 송승기가 그랬다. 최원태의 삼성 이적으로 다시 5선발이 필요해진 LG였는데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로 출발하기전에 이미 여러 선발 후보 중 상무에서 돌아온 송승기가 5선발로 낙점됐다. 이전까지 1군에서 단 9⅓이닝만 던졌던 송승기였지만 경쟁없이 다른 선발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스프링캠프와 연습경기, 시범경기로 시즌을 준비했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28경기서 144이닝을 던지며 11승6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했고, 송승기 덕분에 LG는 강력한 선발진을 구성할 수 있었고 2023년 우승 후 2년만에 다시 챔피언 트로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여러 후보들을 놓고 경쟁을 하는 것과 미리 선수를 낙점하는 것의 효과는 분명히 다르다. 경쟁은 좋은 선수들이 여럿이 있을 때 할 수 있다. 기회를 줘야할 선수에게 동등하게 기회를 줘서 더 나은 선수에게 그 자리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쟁에는 단점이 있다.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캠프와 시범경기 때 선수들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매몰돼 있다는 점이다. 경쟁에 모든 것을 걸고 집중을 하기 때문에 초반에 무리를 할 수 있고, 경쟁에서 이긴 이후 진짜 잘 던져야할 정규 시즌에서는 오히려 부진을 보이는 경우가 생긴다.
미리 낙점을 하면 경쟁을 하지 않기에 시즌에 맞춰 준비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물론 여러 선수들의 기회가 뒤로 밀리는 것은 낙점되지 않은 선수들에겐 아쉬운 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낙점된 선수가 기대에 못미칠 땐 준비된 다음 선수가 나가게 된다. 경쟁으로 스프링캠프에서 힘을 뺄 필요는 없다.
손주영과 송승기를 경쟁이 아닌 낙점으로 성공시킨 염 감독이 이번엔 LG에서 키우지 못했던 오른손 거포를 김현수의 대체자로 낙점했다. 김현수가 KT 위즈로 이적한 것이 야수 유망주들에겐 희소식이었다. 최근 3년 동안엔 LG 야수진이 9명의 주전이 확고하게 고정되면서 유망주들은 주전들이 빠질 때나 대체 선수로 잠깐 나갈 수 있었지만 이번엔 확실하게 한자리가 생겨 모두에게 기회가 생긴 것. 그동안 여러번 문을 두드렸던 송찬의 문정빈 이영빈 등이 이재원과 경쟁을 하지 않을까 했으나 차명석 단장과 염 감독은 김현수가 KT로 간 뒤 대체자를 묻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이재원을 꼽았다. 일단 이재원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 프런트와 현장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염 감독은 이재원을 8번 타선에 고정시켜 1군 무대를 풀타임 경험시키겠다는 플랜을 내놓기도 했다.
2024년 손주영, 2025년 송승기에 이어 2025년엔 이재원이 LG의 히트상품이 될 수 있을까. 염갈량식 낙점 육성이 또한번 성공한다면 다른 팀들도 관심을 가질 듯 싶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