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각오를 안 했다고 하면 또 거짓말이고, '해 볼만 했습니다'하는 것도 거짓말 같고."
왜 고우석은 계속 미국에 남아 있을까. 지난 시즌이 끝난 직후 야구 관계자 대부분이 품었던 의문이다.
고우석은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년 450만 달러(약 65억원) 계약에 성공했다. 2023년 LG 트윈스의 통합 우승을 이끈 직후 돌연 미국 진출을 선언. LG는 고심 끝에 포스팅을 허락했고,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와 계약으로 증명했다.
계약이 곧 성공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고우석은 2년 계약이 끝나도록 메이저리그 무대는 단 한번도 밟지 못했다. KBO리그 최고 마무리투수가 마이너리그만 전전했으니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법했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고우석이 지난 2년 동안 충분히 고생했으니 LG와 계약하고 국내 복귀를 선택할 것으로 바라봤다. 마침 LG는 지난해 한번 더 통합 우승을 이루면서 '왕조' 구축의 발판을 다진 터였다. 고우석이 올해 합류한다면, 불펜 약점을 꽤 보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우석은 LG에 복귀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 미국 잔류 의지가 꽤 확고했다. 미국에 도전한 이상 메이저리그 마운드는 한번 밟고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을 접지 않았다. 고우석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마이너리그 계약 제안을 받아들였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초청권도 없는 조건. '찬밥 대우'인데도 고우석은 기꺼이 도전을 택했다.
고우석은 미국에서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며 "사실 생활하는 게 정말 쉬운 환경은 아니지만, 각오를 안 했다고 하면 또 거짓말이다. 각오했다고 해서 '해 볼만 했습니다' 하는 것도 거짓말 같다. 그런데 지내면서 어떤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서 정말 유명한 선수가 되고 그러는지를 지켜봤기에 나도 이렇게 하면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내가 여기서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잘 기억해 두면 언젠가는 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다 보니까 엄청 많은 사람들이 봐주시는 것처럼 막 괴롭고 힘들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고우석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2시즌 통산 35경기에 등판해 3승, 47⅔이닝,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다. 더블A와 싱글A 기록까지 더한 통산 성적은 76경기, 94⅔이닝, 평균자책점 5.61이다. 그럼에도 디트로이트는 고우석을 한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진짜 마지막일지 모를 이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고우석은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메이저리그에 한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래서 (계속 도전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반드시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고우석은 현재 사이판에 머물고 있다.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차 캠프에 합류한 것. 류지현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대표팀에 소집한 투수 가운데 고우석의 컨디션과 준비 상태가 가장 좋다고 자신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관하는 WBC는 가장 규모가 큰 야구 국제대회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모두 지켜보는 대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우석은 최종 엔트리까지 승선하면 지난 2년의 설움을 날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고우석은 WBC가 여러모로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단 말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냥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이다. 그것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내가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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