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다시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베테랑 서건창이 선수 생활을 연장해 준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키움은 16일 '내야수 서건창과 연봉 1억2000만원에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서건창은 5년 만에 히어로즈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됐다'고 발표했다.
서건창은 비운의 FA 4수생이었다. 키움 시절부터 시장 상황과 FA 등급을 고려해 3차례나 FA 신청을 미룰 정도로 신중한 선수. 2023년 시즌을 마치고 출전 기회를 늘리기 위해 LG 트윈스에 방출을 요청했고, KIA와 연봉 5000만원에 계약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2024년 서건창은 드디어 성공기를 쓰는 듯했다. 그해 94경기에서 타율 3할1푼(203타수 63안타), OPS 0.820, 26타점, 40득점의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KIA는 그해 통합 우승을 이뤘다. 서건창은 드디어 자신 있게 FA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KIA는 냉정했다. 서건창은 보장 기간을 가능한 늘리고 싶었지만, 구단의 생각은 달랐다. 2루수와 1루수 수비의 한계를 봤고, 타격 하나만 보고 장기 계약을 안기기는 어려웠다. 서건창은 자존심을 굽히고 1+1년 총액 5억원에 첫 FA 계약을 마쳤다.
서건창의 첫 FA 계약은 1년 만에 끝났다. KIA는 지난해 서건창을 2군에 170일 동안 방치했다. 1군 출전은 고작 10경기. 지난해 4월 18일 1군에서 말소된 뒤로는 한번도 콜업되지 못했다. 김도영 김선빈 나성범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에도 서건창에게 기회가 없었다. KIA에서 더는 서건창의 자리가 없다는 것을 뜻했다. 2026년 옵션을 실행할 수 있는 조건은 당연히 충족되지 않았고, KIA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서건창을 방출했다.
서건창의 선택지에 은퇴는 없었다. 선수 생활 연장을 위해 꾸준히 운동을 이어 갔고, 그의 가장 화려했던 전성기를 함께한 히어로즈가 마지막으로 손을 내밀었다. KBO 역대 최초 200안타 타자이자 2014년 MVP의 시계가 다시 움직인다.
서건창은 히어로즈 구단 TV와 인터뷰에서 "마지막에 떠날 때는 눈물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인터뷰한 게 엊그제 같다. 다시 함께할 수 있게 돼서 행복하다. 가슴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것도 있고, 팬분들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고 했다.
서건창은 "운동은 계속해서 준비하고 있었고, 히어로즈만 바라보면서 준비했다. 좋은 타이밍에 연락이 왔다. 내 20대를 함께했고, 마음 한켠에는 항상 자리를 잡고 있었다.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소중한 팀"이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키움 구단은 "서건창의 친정팀 복귀를 환영한다. 풍부한 경험은 물론 히어로즈의 문화와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는 선수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선수인 만큼 이번 겨울을 잘 준비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겼다.
서건창은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08년 LG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2년 히어로즈로 이적해 그해 신인왕과 골든글러브를 석권하며 리그 정상급 2루수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7월 히어로즈를 떠나 LG, KIA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갔지만, 결국 가장 행복하게 뛰었던 히어로즈로 돌아왔다.
서건창의 KBO리그 통산 15시즌 성적은 1360경기, 타율 2할9푼7리(4822타수 1431안타), 41홈런, 519타점, 854득점, 233도루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