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은 1월만큼 굵직한 이벤트나 대형 대상경주가 두드러진 시기는 아니었지만, 트랙 안팎에서는 한국 경마의 흐름을 기억하게 할 장면들이 이어졌다. 새로운 실험, 혹독한 기후 속 레이스, 해외 무대에서의 도전까지 서로 다른 성격의 사건들이 한 달의 풍경을 채웠다.
말도 해외유학을?
2016년 2월, 한국 경마계에는 사람이 아닌 경주마를 대상으로 한 '유학' 바람이 불었다. 뛰어난 혈통의 1세 경주마 9마리가 경기력 향상을 위해 미국 유학에 올랐다. 훈련비와 항공운송비를 합쳐 2억 원 이상이 들지만, 마주들은 '유학파' 경주마들이 보여준 가능성에 주목했다.
유학에 나선 경주마들은 미국 플로리다주 오칼라 지역의 전문 트레이닝 시설에서 약 1년간 데뷔를 위한 기승순치부터 스피드 중심의 현지 훈련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당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시도는 이후 한국경마의 국제적 시야 확장과 전문성 강화의 기반 중 하나로 이어졌다.
눈보라 속 강인한 질주
2016년 2월 28일, 렛츠런파크 서울은 거센 눈보라와 함께 유난히 기억에 남을 하루를 맞았다. 당일 제6경주부터 폭설이 시작되며 주로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고, 같은 경주에서 4건의 낙마 사고가 발생했다. 8경주에는 부경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해 경주가 취소되었으며 이후 10경주와 11경주가 폭설로 인해 취소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나 제9경주인 제20회 동아일보배 대상경주는 다행히 정상 시행됐다. 눈 쌓인 주로와 시야를 가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피노누아'와 박을운 기수는 흔들림 없는 레이스를 펼쳤고, 강인한 질주를 보여주며 우승을 차지했다. 극한의 조건 속 이날의 경주는 당시 경마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천구와 석세스스토리, 두바이 무대에서 이어진 도전
2016년 1월 한국 경주마 역사상 처음으로 두바이 원정에 나섰던 '천구'와 '석세스스토리'의 도전은 2월에도 계속됐다. 첫 출전에서 각각 5위와 3위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두 경주마는 2월 25일 다시 두바이 메이단 경마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천구는 제3경주(1200m)에 출전했다. 출전마 대부분이 메이단 소속 경주마였던 만큼 경쟁은 쉽지 않았고, 9위로 경주를 마쳤다. 이어 출전한 석세스스토리는 제6경주(2000m)에서 초반 선행에 나서며 기대를 모았다. 비록 당시 두바이 월드컵 우승 후보로 꼽히던 '캘리포니아 크롬'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끈질긴 레이스 끝에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석세스스토리는 해당 경주에서 2분 5초 내외의 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종전 최고 기록을 약 3초 단축하는 성과를 남겼다.
두 마리는 이 경주를 끝으로 두바이 레이싱 카니발 일정을 마무리하고 국내로 복귀했다. 결과 이상의 경험과 데이터는 이후 한국 경마 해외 도전사의 중요한 자산으로 남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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