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이탈리아)=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투혼이었다. 정상이 아니었던 몸 상태, 그럼에도 차준환(25·서울시청)은 내색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자, 그간 버텨왔던 피로가 몰려왔다. 18일(이하 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 인근 연습 링크에서 훈련을 마친 뒤 나타난 차준환은 평소 모습과 달랐다. 감기에 걸린 상태였다. 목이 부은 탓에 목소리도 굵어졌다. 그는 "프리스케이팅이 끝나자마자 다음 날부터 목이 부었다. 식은땀도 나긴 하는데, 경기 끝나고 걸린 것이 다행이다"고 했다. 이미 밀라노 입성 당시부터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차준환은 "밀라노행 비행기를 타는 날부터 몸살 기운이 있었다. 비행기에서 영양제를 먹고 잤더니 나아졌다. 연습하고, 프리 경기까지 끝나니까 모든 긴장이 풀렸다"고 했다.
단순히 감기 문제가 아니었다. 장비 문제로 고생했던 발목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오른쪽 복숭아뼈에 물이 차는 상황, 통증도 적지 않았다. 경기 직전까지 "최고의 컨디션"이라던 발언이 무색했다. 차준환은 "스케이트를 바꾸면서 연습은 할 수 있었다. 다만 발에 여러 부분이 눌리면서 통증이 심해졌고, 물이 찼다. 물을 빼면서 계속 탔다. 올림픽까지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탔다"고 했다. 부상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올림픽에 임하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였다. "올림픽 전까지는 나의 심리 상태를 위해서라도 내색하고 싶지 않았다."
투혼 속에서 이뤄낸 역대 최고 성적이다. 2018년 평창에서 남자 싱글 15위를 기록했던 차준환은 4년 뒤 베이징에서 포디움에 근접한 5위를 차지했다. 밀라노에서의 목표 역시 메달이었다. 직전까지 다가갔다. 한 걸음이 부족했다. 11일 쇼트프로그램에서 92.72점, 14일 프리스케이팅에서 181.20점, 총점 273.92점으로 4위에 올랐다. 한국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나, 동메달을 차지한 사토 ??(274.90점)과의 점수 차가 단 0.98점에 불과했기에 아쉬움이 컸다.
부족했던 한 걸음, 기대 이하였던 판정 결과에 더 아쉬웠을 차준환이다. 쇼트에서 차준환도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점수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는 "메달 획득을 못 했다는 것보다는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경기를 펼친 것에 비해 점수를 낮게 받은 것 같아서 아쉽다. 경기를 끝내고 좋은 점수를 기대한 나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고 했다. 그럼에도 올림픽에서 모든 걸 쏟아낸 점에 대해 웃었다. "그 순간에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잘 마무리한 것 같아서 이젠 받아들이고 있다."
부상과 몸살에도 차준환은 올림픽 무대에서 다시 팬들을 만난다. 22일 갈라쇼 무대에 선다. 송소희가 부른 '낫 어 드림'(Not A Dream)에 몸을 맡긴다. 밀라노 여정도 비로소 마침표를 찍는다.
밀라노(이탈리아)=이현석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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