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이종필(46) 감독이 "'못생긴 여자' 설정에 고민하던 내 모습에서 자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종필 감독이 24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멜로 영화 '파반느'(더램프 제작)에 대한 연출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밝혔다.
2009년 출간된 박민규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원작으로 한 '파반느'는 자신조차 사랑할 수 없었던 세 사람이, 서로에게 빛을 비춰주며 삶과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종필 감독은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 "가장 큰 고민은 원작에 등장하는 '못생긴 여자'라는 설정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영화는 시각적인 매체이기 때문에 이 설정을 구현하기 위해서 정말 긴 시간을 고민했다. 얼마나, 또 어떻게 못 생겼는지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고 특수 분장 없이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그런 과정에서 내가 느낀 지점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였다. 자괴감이 들더라. 한 사람의 얼굴을 두고 기준을 세우고 서열 매기듯이 생각하고 있는 내 모습에 놀랐다. 그런데 또 그런 자괴감이 원작에서 느꼈던 감정의 본질과 어울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느낀 감정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다시 원작 소설을 읽어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소설에는 못생김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없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세상의 방식에 반하는 사람이라는 맥락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읽으면 읽을수록 선명해진 것은 얼굴이 아니라 사랑할 자신이 없는 못난 마음 같은 것이보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스스로 사랑하고 그 사랑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엄청 예쁘고 잘생겨서 사랑할 자신이 넘쳐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없는 못난 마음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 않나. 그래서 우리 영화도 '못생긴'이 아닌 '못난 마음'에 집중하고자 했다. 그런데 또 이 못난 마음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싶더라. 많은 고민이 있었고 힌트를 얻은 것이 철학자 한병철의 '아름다움의 구원'이라는 책이었다. 그 책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아름다움은 SNS에서 '좋아요'를 받을 수 있는 깨끗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만을 추구하는데, 그러면 진정한 의미의 아름다움은 어쩌면 '좋아요'에 반하는 부정성, 불편함, 결핍의 감각을 품고 있고 소비하거나 한 번 보고 흘려보내는 대상이 아닌 우리를 멈춰 세우고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라는 것이었다. 이 말에 공감하면서 나는 '못생긴 여자'가 아닌 어두워 보이고 매끈하지 않은, 우울한 인상이지만 왠지 눈길이 가고 궁금해지는 사람이 떠올랐다. 원작에서 비유한 '불 꺼진 전구' 같은 사람이다. 사랑하기 전 인간은 불이 꺼진 전구와 같고, 사랑을 시작하면 빛을 내는 전구 같은 게 이 소설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할 자신이 없는 못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사랑을 통해 빛을 얻고 그 빛의 힘으로 살아간다'라는 테마를 중심에 두고 '파반느'를 만들었다.
'파반느'는 고아성, 변요한, 문상민이 출연했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탈주'의 이종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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