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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주인공은 한국전 참전 용사인 헨리쿠스 페트루스 베링(93) 씨였다. 약관의 나이에 네덜란드 반호이츠 부대에 자원입대, 전쟁 막바지 고지전이 가장 치열했던 1953년 초 한국에 파병돼 최전선에서 목숨을 건 전투를 치른 그는 네덜란드에 복귀한 뒤에도 한평생 직업 군인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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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사관은 '70여년 전 한국전에서의 기억이 아버지의 삶에서 얼마나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을 알기에 의미 있는 생일 선물을 주고 싶다'는 가족들의 바람을 전해 듣고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그를 위한 메달 수여식을 기꺼이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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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사가 "이 메달은 대한민국 국민이 드리는 작은 감사의 표현이자, 영원히 우리의 형제로 기억하겠다는 약속이다. 당신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하자 베링 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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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링 씨가 고령에 의사소통이 다소 어려워 이날 답사는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네덜란드 현역 군인으로 복무 중인 손자 뤽 베링 씨가 맡았다. 그는 "이 메달은 혹독한 영하의 기온, 식량 부족, 전우를 잃는 아픔 속에서도 머나먼 나라에서 평화를 위해 헌신한 할아버지의 공헌을 상징한다"며 "자랑스럽다는 말로는 이것이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 표현할 수 없다"고 조부이자 군 선배인 베링 씨에 대한 존경과 한국에 대한 감사를 표현했다.
대사관 직원 2명이 깜찍한 복장으로 불붙인 초를 꽂은 생일 케이크를 들고 등장하자 함께 모인 가족들과 공관원들은 일제히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고, 베링 씨는 증손자를 품에 안고 촛불을 끈 뒤 눈시울을 붉혔다.
베링 씨는 행사 이후 연합뉴스에 "한국전에서 절친한 친구가 귀향을 하루 앞두고 전사한 것이 가장 가슴이 아프다"면서 "나 또한 파편이 등에 박히는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한국전에 참전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싸운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파병돼 부산에 처음 도착했을 때 사람들이 상자로 집을 짓고 살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우리 집 역시 그 당시 네덜란드에서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집에 살 정도로 가난했기에 그 모습이 낯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이렇게 발전한 게 놀랍고, 고맙다. 또한 우리를 잊지 않고 기억해줘 감사하다"며 "다만, 아직 남북한 사이에 긴장이 유지되는 것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70년이 훌쩍 지났지만 당시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나 또한 한국을 잊지 않았다"면서, 돌연 "아리랑~아리랑~아라리요"라는 선율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기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자 "1년 넘게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 사람들이 그 노래를 계속 부르더라. 나도 모르게 외우게 됐다"며 웃었다.
한국이 발전한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지만 아직 기회가 닿지 않았다는 그는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을 다시 한번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밝혔다.
통역을 위해 배석한 그의 사위는 "아버님이 원래 남들 앞에 서는 것을 꺼리는 성격인데, 오늘 행사를 앞두고는 들뜨고 긴장한 기색이었다"며 한국대사관 측에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이어 "몇 년 전 아버님을 모시고 한국을 방문하려 했는데 아내가 갑자기 병이 나 못 간 게 아쉽다"면서 "아버님이 '전우들의 무덤에 꽃을 들고 찾아가고 싶다. 총탄이 쏟아지던 70여년 전 미처 전하지 못한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싶다'는 바람을 평소에 내비치곤 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는 한국전쟁에 총 5천300여명의 육·해군을 파병했고, 이 가운데 베링 씨가 소속됐던 육군 반호이츠 부대는 강원도 원주와 횡성지구 전투 등 중동부 전선의 주요 전투에서 분전했다. 한국전에서 목숨을 잃은 네덜란드 병사는 120명에 달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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