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 소각 등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쓰레기 소각과 불꽃놀이 등 개인 부주의로 인한 산불이 이어지면서 인재(人災)가 누적되고 있다.
작은 부주의가 대규모 진화 인력과 장비 투입으로 이어지면서 행정력이 반복적으로 소모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2월 25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157건, 피해 면적은 662.44㏊(헥타르·1㏊는 1만㎡)로 집계됐다. 이는 축구장 약 930개에 달하는 규모다.
2월이 채 끝나지 않은 시점의 수치임에도 지난해 1∼2월(118건·90.22㏊)과 비교하면 발생 건수는 39건 늘었고, 피해 면적은 7배 이상 확대됐다.
지금까지 밝혀진 원인별로는 쓰레기 소각이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건축물 화재 20건, 입산자 실화 4건, 논·밭두렁 소각 3건 등이 뒤를 이었다.
산림청 관계자는 "현재 일부 산불에 대한 원인 조사와 피해 면적 집계가 진행 중"이라며 "최종 집계 결과에 따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최근 발생한 산불 역시 상당수가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산불 영향구역이 143㏊에 이르는 경남 밀양 산불은 쓰레기를 소각하던 중 튄 불티가 인근 산림으로 옮겨붙어 확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소방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산림당국은 '산불 확산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진화에 나섰다.
충북 단양에서는 치매 증상을 보이는 80대 입산자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나뭇가지와 낙엽에 불을 붙였다가 불길이 번지면서 임야 약 4㏊가 소실됐다.
경남 창원에서는 10대 중학생 2명이 야산에서 폭죽을 터뜨리다 불이 번져 임야 3천㎡가량을 태웠고, 인근 아파트로 확산할 우려가 제기되면서 '산불 대응 1단계'가 발령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관계부처 합동 담화를 통해 "불법 소각 등 부주의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고의로 산불을 낼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며, 과실로 산불을 낸 경우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산불조심기간(1월 20일∼5월 15일) 중 산림·소방 수장이 동시에 공백 상태였던 점도 우려를 낳았다.
소방청은 김승룡 청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고, 산림청 역시 전임 김인호 청장이 지난달 21일 음주운전 혐의로 직권 면직되면서 수장이 공석이 됐다.
전임 청장이 물러난 직후 경남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되자 지휘 체계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신임 산림청장으로 박은식 당시 산림청 차장을 임명했다.
전임 청장이 직권 면직된 지 일주일만의 인사로, 박 청장은 밀양 산불 당시 청장 직무대리를 맡아 현장을 지휘한 바 있어 산불 대응의 연속성을 고려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산불의 상당수가 부주의에 따른 인재"라며 "건조한 날씨 속 작은 불씨 하나가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ha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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