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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감량한 20대 아들, 간암 어머니에 간 이식 성공

by 장종호 기자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들이 제 곁에 다시 웃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감사합니다. 아들 덕분에 얻은 새삶인만큼, 제 건강도 더 챙기고, 앞으로 남은 생을 가족들을 위해 살아가려 합니다. "

고려인 3세인 장마리나 씨(48)가 가천대 길병원 간이식팀의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약 8kg의 복수가 제거돼 건강한 모습으로 웃으며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시집온 지 20여 년 지난 장씨. 장씨는 한국인 남편 A씨(50)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했다. 영주권을 보유한 그녀는 '한국은 제 아이들이 자라는 고향'이라고 말했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던 그녀의 삶은 성공 가도를 달리던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진 후 약 3년 전부터 그녀의 간암 투병이 시작되면서 바뀌었다.

여섯 차례의 색전술, 고주파 치료, 방사선 치료 등 병마와 싸움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간이식이 아니면 희망이 없었다. 이때 아들 B씨(26)가 어머니에게 간을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아들의 지방간이 문제였다. 아들은 어머니께 간이식을 하기 위해 수개월에 걸쳐 약 10kg을 감량했다.

마침내, 지난 2월 11일, 가천대 길병원은 간세포암(HCC)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아온 장씨에게 생체 간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지난 2월 27일 건강히 퇴원한 장씨는 아들과 함께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번 수술을 총괄한 외과 김두진 교수는 "공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속 아들이 수개월의 준비 끝에 어머니에게 간이식을 진행한 사례"라며 "공여자와 수혜자인 모자를 동시에 수술하며 건강을 담보해야 하는 매우 고난도 수술이지만, 간이식팀의 헌신으로 성공했다"고 말했다.

◇간암으로 흔들린 고려인 3세의 삶 그리고 재발

장씨는 고려인 3세다. 우즈베키스탄에 정착한 한인의 후손이다. 그는 한국인 남편 A씨와 결혼하며 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에서 아들 B씨와 딸 C양(11)을 키우며 평범하지만,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2019년 B형간염(HBV) 진단을 받으며 삶이 달라졌다.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며 경과를 지켜봤지만 2021년 간경화로 진행됐고, 2023년 8월 복부 CT에서 2.2cm 간세포암과 종양혈전이 의심되는 병변이 발견됐다.

2023년 8월 2일 가천대 길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직후 소화기내과 신승각 교수 진료와 함께 다학제진료센터 협진이 가동됐다. 소화기내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장기이식센터가 함께 치료 전략을 논의했다. 진단 초기에는 간경화로 인한 간기능 저하로 수술 보다는 방사선 치료와 색전술 등 국소 치료를 시행했다. 그러나, 재발 이후 다른 치료의 기대 효과가 낮고 간암의 진행 위험을 고려하면 간이식이 가장 근본적인 치료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외과 김두진 교수는 이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환자 상태를 장기적으로 추적했다. 그러나 뇌사자 간이식은 MELD 점수가 낮아 공여자를 찾기 어려웠고, 생체 기증자도 없는 상황이었다. 외국 국적자로서 행정 절차도 여러 가지로 어려웠다.

그러다 작년 8월 재발했다. 병변은 기존 치료 경계부에 위치해 방사선 재치료 시 간독성(RILD) 위험이 컸다. 2025년 12월까지 총 6차례 동맥화학색전술(TACE)을 반복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어머니와 여동생을 위한 20대 아들의 힘겨운 결심

가천대 길병원 외과 김두진 교수를 중심으로 한 간이식팀은 간이식만이 희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암 진행을 막고, 간기능을 회복해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최종 결정이었다.

같은 해 11월 장기이식센터 재상담 자리에서 아들 B씨가 간 이식을 결심했다. 당시 B씨는 어머니뿐 아니라 여동생을 떠올려 이식을 결심했다. 하지만, B씨는 검사에서 지방간이 확인됐다. 수술을 위해 간 상태 개선이 필요했다.

장씨는 "지방간 등으로 건강이 온전치 못한 아들은 아직 어린 동생을 위해서라도 어머니가 건강해야 한다며 이식을 결심하고 약 10kg 감량을 위해 수 개월간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며 노력했다"며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냥 어리게만 봤던 아들이 그 누구보다 가족들을 위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었다"고 말했다.

아들 B씨는 수 개월 후 체중 감량에 성공했고, 1·2차 기증자 검사를 모두 통과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외국인 관련 서류와 가족관계 증빙을 위해 구청 및 관계 기관과 협력해 행정 절차를 완료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 승인까지 거쳐 올해 2월 11일 수술 일정이 확정됐다.

◇10시간의 고난도 수술…협진의 극대화

주치의 김두진 교수의 총괄 아래 지난달 11일, 외과 최상태 교수와 양재훈 교수가 집도의로 참여해 생체 간이식 수술이 시행됐다.

B씨의 생체 간을 복강경으로 추출한 뒤 이를 다시 실시간으로 장마리나 씨에게 이식하는 고난이도 수술이었다. 일반적인 간이식에 비해서도 몇 배나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드는 어려운 수술이었다.

장마리나 씨를 집도한 외과 최상태 교수는 "실시간으로 공여받은 간의 수많은 미세 혈관을 찾아서 이어주며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하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이었다"며 "최종적으로 환자의 신체에 자연스럽게 자리잡도록 큰 노력이 필요한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간이식 외과팀뿐 아니라 마취통증의학과, 중환자의학과, 영상의학과, 간호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등 다학제 인력의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졌다.

약 10시간에 이르는 기나긴 수술이 수십 명의 의료진의 협력으로 이뤄졌다. 결과는 대성공. 장마리나 씨뿐 아니라 공여자 B씨의 건강도 이상이 없었다.

B씨를 집도한 외과 양재훈 교수는 "공여자의 간 2/3 정도를 절제해서 환자에게 기증한 만큼 B씨의 기증 수술 후 관리에 더욱 신경썼다"며 "다행히 B씨는 현재 잔존 간의 기능 대부분을 회복하고 건강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 회복과 함께 찾아온 가족 사랑

수술 동안 장씨의 어머니 고려인 2세 이글라지아 씨(78)는 딸의 곁을 지켰다. 한국에 온 지 5년째, 딸의 병간호를 위해 회복실에서부터 매일 자리를 지켰다.

이 씨는 "딸이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하고 손주 역시 건강한 걸 보니 너무 기쁘다"며 "아버지의 나라 한국의 우수한 의료기술이 대단하다. 어려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며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 2월 27일 회복을 마치고 퇴원한 장씨는 현재 매우 건강한 상태이다. 이후 추적관찰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건강관리를 해나갈 예정이다. 아들 B씨 역시 기증한 간 대부분을 회복한 상태로 현재 일상생활을 건강하게 영위하고 있다.

장씨는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정말 헌신적으로 치료해 줬다. 의료진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아 줘 감사하다"며 "아들이 간을 기증해 줘서 다시 태어났다. 앞으로 더 건강관리 잘하고, 더 행복하게 살겠다. 가족들을 위해 남은 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장기이식센터 황가혜 코디네이터는 "외국인 생체 간이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었고, 그 시간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단순한 의료적 수술을 넘어, 가족 간의 깊은 고민과 헌신적인 책임감이 동반된 결정이었다"며 "장씨와 아들 모두 건강하게 완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사후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앞줄 왼쪽부터) 모친 이 글라지아씨, 외과 김두진, 외과 최상태 교수, 장마리나 환자, 외과 양재훈 교수, (뒷줄 맨오른쪽) 장기이식센터 황가혜 코디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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