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국제대회 기간 본인이 대표팀을 위해 하지도 않을 일을 준비하는 건 참으로 이례적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의 '리더' 오타니 쇼헤이가 13일(이하 한국시각)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라이브피칭을 실시했다. 일본은 15일 오전 10시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8강전을 치른다.
그렇다면 오타니가 이틀 뒤 경기에 등판하는 것일까. 아니다. 이후 17일 준결승전, 18일 결승전에 투수로 나설 계획도 없다. 오타니는 WBC를 앞두고 LA 다저스 구단과의 상의 끝에 이번 WBC에서는 투수로 나서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다만 WBC 기간이라도 투수로는 정규시즌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램핑 업(Ramping Up)'은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에 따라 이날 예정된 라이브 피칭을 했을 뿐이다. 오타니는 대표팀 동료 타자들을 세워두고 실전처럼 투구를 했다. 59구를 던졌고, 삼진은 7개를 잡아냈다.
오타니는 훈련을 마친 뒤 공식 인터뷰에서 "이 대회를 치르는 동안 투수로 내 컨디션에 맞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며 "오늘 투구수와 구위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정규시즌을 잘 준비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타니는 2023년 WBC에서는 투타 겸업을 했다. 타자로는 7경기에서 타율 0.435(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9득점, OPS 1.345, 투수로는 3경기에서 9⅔이닝을 투구해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 11탈삼진을 올렸다. 특히 미국과의 결승에서 마이크 트라웃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뒤 대회 MVP에 선정됐다.
그러나 LA 에인절스 시절이던 그해 가을 토미존 서저리를 받는 바람에 2024년 다저스로 이적한 첫 시즌에는 타자로만 활약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2년 가까운 재활을 마치고 투수로 복귀, 정규시즌서 14경기에 등판해 47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2.87, 62탈삼진, 포스트시즌서는 4경기에서 20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4.43, 28탈삼진을 마크했다. 이제는 선발투수로서 5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에이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복귀 후 풀시즌을 아직 던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WBC에서는 전력 피칭이 무리라는 다저스 구단 의견에 공감하며 타자로만 나서고 있다.
오타니는 "현재로서는 WBC에 투수로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다저스와 한 약속이기도 하고 나를 이 대회에 보내준 구단에 대한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타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타니가 이번 대회에 투수로 출전할 가능성이 '제로'라는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비상 상황에서는 마운드에 오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오타니는 "피칭 가능성이 완전히 제로라고 말하는 것은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즉 기존 투수들 중 부상자가 나올 경우 오타니가 대체 투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3년 전 우승의 영광을 안았던 WBC에서 마운드에 오르지 않는다는 결정에 후회는 없을까. 그는 "그에 대해 불만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을 뿐이고 던지지 않아도 우리는 훌륭한 투수들이 많다. 도쿄라운드에서 이미 봤고 그들에 대한 믿음도 있다"며 "일본에도 젊은 좋은 투수들이 있다는 것을 다른 나라에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매우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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