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함께 내야를 지키던 선후배가 이제는 승부의 갈림길에서 마주 섰다. 경기 막판 쐐기를 박은 김도영의 한 방 앞에서 박찬호는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승부가 완전히 기울기 전, 마지막 긴장감이 흐르던 9회초 김도영이 클러치 능력이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5-3 2점 차로 앞선 9회초 2사 1루. 이날 볼넷 2개와 삼진 2개로 침묵하던 4번 타자 김도영이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두산 김정우. 한 방이면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초구 148km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들어오자 김도영의 배트가 간결하게 돌아갔다. 밀어친 타구는 정타로 이어졌고다. 중견수 정수빈과 우익수 카메론 사이를 가르며 우중간을 시원하게 갈랐다. 1루 주자 김호령이 홈을 밟으며 KIA는 6-3으로 달아났다. 마무리 정해영이 없는 상황에서 불안했던 2점 차 리드를 슈퍼스타 김도영이 직접 해결했다.
2루까지 내달린 김도영이 고개를 들었을 때, 그곳에는 두산 유격수 박찬호가 서 있었다. 함께 KIA 내야를 지키던 선배와 후배의 묘한 만남이었다.
김도영은 가볍게 눈인사를 건넸고, 이를 바라본 박찬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팀일 때는 누구보다 듬직했던 후배의 클러치 능력을 이제는 상대 팀 유니폼을 입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4번 타자로 자리 잡은 김도영의 성장이 이날만큼은 반갑지 않은 순간이었다.
박찬호는 2014년 KIA에서 데뷔해 12년 동안 타이거즈 내야를 책임졌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시장에 나온 박찬호는 두산과 4년 80억 원에 계약하며 정들었던 친정팀을 떠났지만, 김도영과 함께 지켜온 그라운드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경기 내내 안정적인 수비로 내야를 지키던 박찬호였지만, 9회 김도영의 장타가 터지는 순간만큼은 복잡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친정팀 후배의 성장과 결정적인 한 방을 상대 팀 선수로 바라보는 묘한 순간이었다.
김도영의 쐐기타 이후 KIA는 승기를 굳혔고, 경기가 끝난 뒤 타이거즈 선수들은 잠실 그라운드에 모여 8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찬호는 더그아웃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 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한때 함께 내야를 지키던 선후배. 승부의 쐐기를 박은 김도영과 2루에서 마주 선 박찬호의 짧은 눈인사는 이날 경기에서 가장 묘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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