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주전 3루수. 이제 정말 아무도 모른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박힌 돌을 빼낼 기세다.
'슈퍼백업' 전병우(34)가 삼성 내야 판도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라 불린 LG트윈스와의 빅매치에서 '천적' 임찬규를 무너뜨리며 삼성 완승을 이끌었다.
최근 경이적 활약은 부상으로 잠시 빠져 있는 김영웅의 공백을 메우는 정도가 아니다. 4할대 타율(0.419)과 5할의 득점권 타율의 괴력을 앞세워 3루수 주전 자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18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즌 맞대결. 삼성은 디아즈의 적시타로 2-0 리드를 잡은 4회말 무사 1, 2루 기회를 맞았다.
6번 전병우 타석. 삼성 박진만 감독은 보내기번트 대신 강공을 지시했다.
첫 타석에서도 안타를 친데다 득점권 타율이 워낙 높은 선수라 믿고 맡겼다.
이 선택은 신의한수가 됐다. 3B1S로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간 전병우는 LG 선발 임찬규의 141㎞ 바깥쪽 직구를 밀어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115m짜리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삼성 킬러'임찬규를 그로기 상태로 몰고간 클러치 한 방
이 홈런 한방으로 삼성은 5-0으로 성큼 달아나며 빅이닝을 완성했고, 결국 7대2로 승리했다. LG를 1.5경기 차로 밀어내고 7연승 단독 1위를 달리게 해준 귀중한 1승.
전병우의 최근 페이스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4월 들어 출전한 9경기 전 경기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타율은 0.419까지 치솟았다. 특히 득점권 타율은 0.500에 달한다. 언제든 담장을 넘길 수 있는 일발장타력도 있다. 장타율이 무려 0.581. 선구안도 좋아 출루율도 0.514에 달한다. 그야말로 '공포의 타자'다.
오키나와 캠프 당시 "손주인 코치님과 훈련하며 수비가 많이 늘었다"고 자평했던 전병우. 수비도 늘었지만, 타격은 더 늘었다.
캠프 당시만 해도 김영웅의 백업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시즌 목표로 구슬땀을 흘렸다. 삼성 박진만 감독이 겨우내 강조한 "주전 같은 백업" 프로젝트의 핵심 자원이었던 그는 주전을 꿈꾸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규시즌이 시작되고, 기회가 생기자 폭주하고 있다. 부상으로 이탈한 김영웅의 빈자리를 메우는 정도를 훌쩍 넘어, 공수에 걸친 핵으로 떠오르며 연승의 주역으로 맹활약중이다.
경기 후 중계 인터뷰에서 전병우는 겸손함 속에 숨겨진 자신감을 조심스레 드러냈다.
"컨디션은 지금이 최상이다. 타이밍이 잘 맞고 행운도 따르고 있다"며 말한 그는 김영웅의 복귀 후 주전 경쟁에 대해 "솔직히 주전 생각은 1도 안 하고 있다. 한 경기 한 경기 소중하게 생각할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해설위원과 캐스터의 끈질긴 유도 심문(?)이 이어졌다.
"마음 한 켠에 욕심은 있지만 영웅이가 오기 전까지 제 역할을 하는 게 맞다"고 버티던 전병우는 결국 거듭된 질문에 "주전을 해보도록 하겠다"는 '원하는' 답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백업을 오래 했던 경험이 오히려 지금 여유를 갖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전병우.
젊은 선수들이 쉽게 빠지는 '조급함의 덫'을 피해 한걸음 떨어져 자신을 바라보는 객관화가 4할 타율이라는 경이적인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지금 같은 활약이라면 부상 회복 후 김영웅이 돌아와도 전병우를 벤치에 앉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교통정리는 벤치의 몫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오로지 강팀 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한 고민'이란 점이다. '부상병동' 삼성의 기적 같은 선두 유지 비결이기도 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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