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재발견] 고택에 물든 커피 향…광주 '동리단길'의 기적

[촬영 정다움]
[촬영 정다움]
[촬영 정다움]
[촬영 정다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 편집자 주 = 저출산·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지역 소멸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연합뉴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각 지역의 숨은 자랑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재발견하는 기획을 시작합니다. 문화·경제·사회 전반에서 인물, 음식, 문화재, 특산물, 관광지 등은 물론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해 매주 토요일 송고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자부심 제고, 관광 활성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을 추진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40년 전 지어진 고급 주택과 한옥이 어우러진 광주 동구 동명동 골목 어귀로 들어서면 진한 커피 향이 바람을 타고 흐른다.

Advertisement

세월을 머금은 고택 사이사이, 브라질·에티오피아·콜롬비아·베트남 등 전 세계 4대 커피 산지에서 바다 건너온 원두의 다채로운 향피가 골목길을 채운다.

과거 부촌이었던 이 곳은 자연 발생한 카페가 하나둘 문을 열더니 수년 전부터는 '동리단길'이라는 새로운 이름도 생겨 지역 대표 명소로 부상했다.

Advertisement

인근 학원가로 자녀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에게는 한때 기다림의 장소이자 담소를 나누는 쉼터였지만, 최근에는 고즈넉한 주택과 현대적인 카페를 배경 삼아 '인생샷'을 찍는 젊은이들의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 학부모들 기다림의 공간이 카페거리로

Advertisement

서울 경리단길의 명칭을 차용해 '동리단길'이라고 불리게 된 동명동 카페거리의 태동은 20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다른 지역 카페거리와는 다르게 이곳은 골목을 오가는 이들에게 커피를 내어주던 주민과 상인들의 자생적인 노력으로 형성됐다.

인근에 조성된 학원가를 오가는 자녀들과 학부모 편의를 위해 주민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카페가 문을 열었고, 뒤이어 뜻이 맞는 상인들이 합심해 주민공동체를 출범시켰다.

여기에 카페 건너 카페가 들어서고, 서서히 명성을 얻기 시작한 2019년 3월 주민 주도 동명공동체상생협의회까지 생기면서 상권의 모습을 갖췄다.

이 무렵부터 주민들은 일대 골목을 동리단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 부르기 시작했고, 200여개였던 카페와 음식점 등 점포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300여개까지 불어났다.

주민들의 단순 친목 모임이었던 협의회도 상인들을 대표하는 번영회로 발전해 세 들어 카페를 운영하는 상인과 건물주 간 임대료 갈등을 조정하는 기구 역할까지 맡았다.

◇ '부서 신설·조례 개정'까지…지자체 지원에 도약

상권으로서의 기틀이 마련된 동리단길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광주 동구의 지원을 등에 업고 2020년부터 체계를 갖춘 상권으로 변모했다.

동구는 지역 자치구 중 처음으로 골목 상권을 지원하는 부서인 골목재생팀을 신설한 데 이어 상인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도 제정해 버팀목을 자처했다.

특히 상권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자체 주도로 열리기 시작한 '동명커피산책' 축제는 동리단길을 지역 대표 카페거리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2021년 11월부터 해마다 열리는 이 축제는 동명동 역사·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로, 각 카페의 시그니처 커피를 무료로 나눠주면서 축제와 상권의 발전을 동시에 끌어냈다.

그러는 사이 동리단길은 입소문을 탔고 2022년 기준 1만여명이었던 유동 인구를 지난해에는 2만7천명으로 2배 넘게 늘렸다.

주민·상인·지자체가 합심해 일궈낸 상권 발전의 성과도 인정받아 행정안전부 주관 '골목경제회복지원사업 우수사례'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청년들의 창업과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인 '여행자의 집', '인문학당' 등 거점 시설도 들어서 동리단길은 다양한 콘텐츠가 생동감 있게 혼재하는 지역 대표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 상생 가치 담은 '로컬 콘텐츠 타운'…제2의 도약 준비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동리단길은 커피와 음식을 판매하는 소비 공간을 넘어 지역의 일상·문화를 공유하는 '동명 로컬콘텐츠' 타운 조성이라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동구의 우수상권 집중육성사업을 발판 삼아 주황색을 대표색으로 지정한 뒤 커피 모양의 조형물을 설치하며 테마 거리로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새로 입점한 음식점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음식점 등 12곳을 묶어 '동슐랭가이드'로 지정하고, 공방도 유치해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방문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동명동만의 감성을 담은 머그잔·책갈피·열쇠고리 등 4가지 종류의 굿즈를 제작해 상권의 브랜드화도 준비하고 있다.

남병효 동명동 카페거리 상인회 대표는 2일 "동명동은 카페가 늘어선 단순 거리가 아니다"며 "주민들과 상인들이 상생하며 만든 또 하나의 공동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이어 "커피를 무료로 내어주던 문화에서 형성되기 시작한 카페거리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며 "일상이나 문화를 공유하는 타운으로 거듭나 지역 대표 골목상권으로 발전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daum@yna.co.kr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