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걸어도 다리 통증" 부모님 '허리' 문제 아니라 '혈관' 때문?

자료제공=명지병원
Advertisement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나이가 들수록 다리 저림이나 통증이 나타나면 흔히 허리 질환부터 떠올리기 쉽다.

Advertisement

하지만 치료를 받아도 증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면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다리로 이어지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발생하는 '말초혈관질환'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몸의 파이프 역할을 하는 혈관이 막히는 이 질환은 심장에서 출발한 혈액이 다리 끝까지 원활하게 전달되지 못해 다양한 통증과 불편을 유발한다.

Advertisement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말초혈관질환(I73)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2024년 기준 약 24만 8000명에 달하며, 환자 10명 중 7명이 60대 이상일 정도로 고령층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아프다가도 쉬면 좋아지는 '간헐적 파행'이 핵심 신호

Advertisement

이 질환의 핵심 증상은 '간헐적 파행'이다.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다가도 일정 거리 이상을 걷거나 운동하면 종아리와 허벅지에 묵직하고 쥐어짜는 듯한 통증과 조이는 느낌이 나타난다. 잠시 멈춰 서서 쉬면 통증이 씻은 듯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활동 시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이 좁아진 혈관 탓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발생한다. 반면 척추 질환은 자세에 따라 통증이 변하거나 보행 여부와 상관없이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구분이 필요하다.

문제는 다리 혈관 이상이 전신 건강의 적신호라는 점이다. 다리 쪽 말초혈관이 좋지 않다면 심장혈관이나 뇌혈관에도 동맥경화가 진행 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말초혈관질환 환자는 일반인보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발생 위험이 2~3배가량 높으며, 방치할 경우 발끝이 괴사해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Advertisement

◇양 팔-양 발목 혈압 측정·비교 '발목상완지수(ABI)' 검사

다행히 기본 검사는 간단하다. 1차 검사인 '발목상완지수(ABI)'는 양팔과 양 발목의 혈압을 측정해 비율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누운 상태에서 10분 이내에 완료된다. 다만 ABI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거나 증상이 뚜렷하면 하지 혈관 초음파, CT 혈관조영술 등 정밀검사를 통해 막힌 부위와 정도를 정확히 파악한다.

명지병원 외과 박용만 교수는 "ABI 검사는 혈압을 재는 정도의 부담으로 시행할 수 있어, 평소 다리가 차거나 일정 거리 이상 걷기 어렵다면 한 번쯤 받아보는 것이 좋다"며, "조기에 발견할수록 약물·운동치료만으로도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기엔 생활습관·운동치료…중증은 시술·수술로 혈류 회복

치료는 상태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증상이 경미한 초기에는 위험인자 조절과 약물치료, 운동을 우선 권장한다. 흡연은 말초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이면서 교정 가능한 요인이므로 금연이 필수적이다. 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 관리도 중요하다. 운동은 통증이 유발될 정도의 보행을 반복해 부족한 혈류를 보완하는 '우회로(곁가지 혈관)' 형성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보행 거리가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혈관이 막힌 정도가 심해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적극적인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했다. 최근에는 사타구니 부위를 바늘로 구멍을 내어 관을 삽입하고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혈관 중재술'이 주로 시행됐다. 시술은 회복이 빨라 다음 날 바로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다만 혈관 상태에 따라 인공 혈관 등을 이용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는 '혈관 우회술'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박 교수는 "다리 통증을 단순히 노화나 척추 문제로 치부해 치료 적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은데, 흡연력이 있거나 당뇨, 고혈압이 있으면서 일정 거리를 걸을 때마다 다리가 당기고 아프다면 즉시 혈관 상태를 체크하고 전문의 상담을 통해 치료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진료 중인 박용만 교수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