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손흥민, 손흥민 하나 보다. 선수 한 명이 합류했을 뿐인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공기가 달라졌다. 손흥민(34·LA FC)의 가세로 대표팀이 좀 더 '대표팀다워졌다'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손흥민은 2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인근 헤리먼의 자이언스 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한 홍명보호 사전캠프 훈련에 처음 참가했다. 전날 솔트레이크로 이동한 손흥민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 우울한 감정은 찾을 수 없었다. 때아닌 원형탈모 논란과 미국프로축구(MLS) 13경기 연속 침묵에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지난 세 번의 월드컵에서 총 3골을 넣은 손흥민은 다음달 12일 개막하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1골을 추가할 경우 안정환 박지성(이상 3골)을 뛰어넘어 한국인 최다 득점자로 역사에 기록된다.
이 '위대한 길'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무득점'을 불쑥 언급한 건 바로 손흥민이었다. 그는 "기록을 억지로 따라가다 보면 더 안 나온다"며 "리그에서도 많은 분이 (무득점에 대해)걱정하는데, 내가 걱정하는 건 경기를 잘 못했을 때이지, 기록 때문이 아니다. 지금 컨디션도 되게 좋다"라고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서 다른 인터뷰에서 자신이 직접 언급한 '월드컵을 위해 골을 아꼈나보다'라는 발언을 '재소환'한 손흥민은 "골은 언젠간 들어간다. 골보단 팀을 먼저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팀이 잘할지 생각한다"라고 주장답게 '팀 퍼스트'를 거듭 강조했다.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 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한 손흥민은 네 번째이자 나이로 볼 때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꿈의 무대' 월드컵을 이야기할 때 손흥민의 눈빛은 더 반짝였다. 그 또한 "월드컵을 할 때면 항상 어린아이가 되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월드컵 무대에서 손흥민은 어린아이처럼 늘 펑펑 울었다. 아쉬워서, 분해서, 기뻐서 눈물을 쏟았다. 그는 "감정을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감정이 생기든, 중요한 건 후회하지 않는 마음이다. 월드컵은 나라를 대표해서 출전하는 대회다. 아무에게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후회없이 월드컵을 치르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손흥민의 다부진 의지는 훈련장에서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주장이자 필드 플레이어 최고참답게 우렁찬 목소리로 동료들에게 집중력을 요구하고,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친 선수 소집으로 다소 어수선했던 훈련장에 중심이 잡혔다. 홍명보 감독은 소집 일정에 따라 훈련 인원 24명(훈련파트너 포함 27명)을 A그룹(선발대 12명)과 B그룹(후발대 12명)으로 분리해 진행했다. 고지대 적응을 이제 막 시작한 B그룹은 전술 훈련에 임하진 않았지만, 1~2일차에 레크레이션 중심의 가벼운 훈련만 진행한 A그룹과 비교해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왕복달리기, 패스 훈련, 공 돌리기를 했다. 월드컵 개막을 보름 앞두고 가속 페달을 밟는 모양새다. 손흥민의 경우, 시차적응이 필요없는 미국에서 줄곧 머물러 이러한 훈련을 소화하는 게 가능했다. 손흥민은 이미 시즌이 시작할 때부터 월드컵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부상없이 대표팀에 합류한 게 다행이라는 손흥민.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의 머릿속엔 온통 '월드컵 득점'으로 채워져 있다. "내가 팀을 도울 방법은 득점"이라고 했다. 16강 진출을 노리는 홍명보호가 손흥민에게 바라는 것도 같다. '월드컵 4호골'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됐다.
헤리먼(미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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