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미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4년 전, '천재 미드필더' 이강인(25·파리생제르맹)은 월드컵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21세 신예였다.
파울로 벤투 당시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 감독은 2021년 3월 한-일전을 끝으로 이강인을 발탁하지 않았다. 부족한 수비 가담을 지적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약 두 달 앞둔 2022년 9월, 이강인은 당시 소속팀 마요르카에서 꾸준한 경기 출전을 통해 일취월장한 기량을 선보이며 1년 6개월만에 벤투호에 재승선했다.
꿈꾸던 월드컵 최종명단에 포함했지만, 팀내 입지는 '막내' 겸 '백업 미드필더'였다.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29분 교체투입했다. 2차전 가나전에서 오직 실력으로 대반전을 이뤘다. 후반 12분 투입돼 자로 잰 듯한 왼발킥으로 조규성(미트윌란)의 멀티골을 도왔다. 3차전 포르투갈전에서 처음으로 선발출전해 팀의 2대1 승리를 뒷받침했다. 16강 브라질전에서 후반 교체출전을 묶어 대한민국의 4경기(선발 1, 교체 3)에 모두 출전했다.
카타르월드컵을 통해 축구대표팀 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이강인은 2023년 '프랑스 1강' 파리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하며 한 단계 도약했다. 지난 두 시즌간 유럽챔피언스리그(UCL) 2연패를 비롯해 총 12개의 트로피를 들었다. 이강인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UCL 우승 선수' 타이틀을 달고 개인 통산 두번째 월드컵에 임한다. 이젠 어엿한 주축, 대체불가 플레이메이커다.
이강인은 UCL 우승 세리머니 일정을 마치고 2일 홍명보호의 월드컵 사전 캠프인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입성했다. 그리고 단 이틀간 적응을 거쳐 4일 솔트레이크시티 근교 프로보의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엘살바도르와의 A매치 친선경기에 나섰다. 해발 1460m 고지대 적응, 시차 적응, 피로도 등을 고려할 때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강인은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우려는 기우였다. 이강인은 팀이 이동경(울산)의 선제골로 1-0 앞선 후반 18분 설영우(즈베즈다)와 교체됐다. 이강인이 그라운드를 누빈 27분은 UCL 결승전을 마치고 펼치는 일종의 '갈라쇼' 같았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럽 챔피언', '대표팀 주축'다운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강인은 후반 38분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손흥민(LA FC)의 패스를 받아 골문 좌측 상단을 노리고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후반 44분,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와 패스를 건네받은 이강인은 상대 진영 우측 수비 뒷공간을 향해 파고드는 양현준(셀틱)을 향해 정확한 롱 패스를 찔렀다. 이어진 장면에서 자신에게 패스를 주고 문전을 향해 파고드는 손흥민을 향해 감각적인 로빙 패스를 찔렀다. 손흥민의 트래핑 미스로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이강인의 센스가 돋보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상대 페널티 박스 외곽 우측 대각선 지점에서 패스를 전달받은 이강인은 상대 선수 4명이 둘러싼 상황에서 유려한 턴 동작으로 가볍게 빠져나온 후 백승호(버밍엄시티)에게 패스했다. 백승호가 다시 손흥민에게 공을 내줬고, 손흥민이 왼발슛으로 연결했다. 경기는 그대로 1대0으로 끝났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후반 12분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넣은 이동경이었지만, 이후 시간은 이강인 '원맨쇼'에 가까웠다. 이강인은 경기 후 "소속팀에 있으면서도 빨리 대표팀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렇게 경기를 뛰어서 매우 좋다"며 "첫 경기(체코전)에 최대한 좋은 플레이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강인은 처음으로 월드컵에 출전한 4년 전과 달라진 점에 대해서 "다르다고 생각하면 다르고,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비슷한 것 같다. 4년 전과 똑같이 최선을 다해서 팀에 도움이 되려고 한다. 모든 선수가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있다"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이강인과 스타일이 비슷한 왼발잡이 플레이메이커인 이동경은 두 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로 이강인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강인은 "동경이형과 친하다. 도쿄올림픽 때 같이 뛰었다. 밥도 항상 같이 먹는다. 서로 좋은 점, 부족한 점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전부터 동경이형의 장점을 보고 배우려고 많이 노력했다. 누가 뛰던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되는 게 중요하다"라고 경쟁 의식은 버리고 원팀으로 팀을 위해 뛰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프로보(미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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