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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날 필요로 하는 팀이 있을까 생각했어요."
FA 시장 상종가, "난 운 좋은 놈, NC의 마음에 끌려"
이호준은 "딱 세마디를 하셨다. '우리는 이호준이 필요하다', '이호준이라는 선수의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 '꼭 우리 팀에서 함께 하고 싶다'였다. 남들은 별 것 아닌 전화통화 한 통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순간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금액 먼저 얘기하는 팀도 있었다.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해준 팀을 선택했다. 선수는 누구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게 돈일 수도 있고, 말일 수도 있다. 이호준은 마음으로 다가온 NC에게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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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첫번째 FA, "바닥에 떨어지고 은퇴 생각해"
이호준에게 첫번째 FA는 실패였다. 2007년 SK를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며 타율 3할1푼3리 14홈런 7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시즌 뒤 FA 계약 땐 당당히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08년 부상으로 8경기 출전에 그쳤다. 의욕적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주장을 맡았지만, 시즌 도중 선배 김원형에게 주장 완장을 돌려줘야만 했다.
이후 이호준은 4번타자의 자존심을 살리지 못했다. 2010년까지 3년 연속 규정타석도 채우지 못할 정도로 자리를 잃었다. 이 과정에서 '로또준'이란 오명도 생겼다. FA 대박 이후 부진한 그를 두고 부정적인 평가만 줄을 이었다.
계약기간 4년을 채웠지만, 출전 경기 부족으로 FA자격을 재취득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연봉이 2억5000만원으로 반토막났다.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부활에 성공했다. 타율 3할에 18홈런 78타점. 데뷔 후 세번째, 2007년 이후 5년만에 3할 타율을 달성했다. 게다가 마지막 20홈런이었던 2005년 이후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냈다. 타격 주요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4번타자로서 영양가 있는 활약을 해냈다.
그에게 회춘한 비결을 물었다. 기술적인 변화 등을 꺼내놓을 줄 알았지만, 예상 외의 답변이 날아왔다. "사실은 그냥 야구를 관두려고 했어요. 떨어질대로 떨어진 뒤였으니까 마음을 비웠어요."
'밑바닥'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을 비우니 어떻게 해야 할 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절함이 생겼다. 연습할 때나 경기에 나갈 때나 항상 은퇴를 생각했다. '지금이 마지막'이란 생각을 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자 했다.
마음가짐을 바꾸니 정말 자연스레 성적이 따라왔다. 이호준은 "야구 인생 막판에 제대로 공부했다. 이제 한 번 배웠으니 잊지 않고 뛰어야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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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은 이호준에게 주장 완장을 채웠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어린 후배들을 이끌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2008년과 2011년 이후 세 번째 주장이었다. 이호준은 "사실 주장을 맡은 두 번 모두 실패했다. 2008년엔 부상으로 주장 역할도 하지 못했고, 2011년엔 우승에 실패했다"며 "NC에서도 걱정을 많이 했다. 어린 선수들 위주의 팀에서 너무 나이가 많은 내가 주장을 맡는 게 아닌가 싶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마산구장에서 진행중인 NC의 합동훈련을 보면, 걱정은 기우에 불과한 듯 하다. 이호준은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훈련 분위기를 풀어주거나 긴장을 주면서 선수들을 이끌고 있었다.
그는 "야구는 어디서나 똑같은 것 같다"며 활짝 미소지었다. NC라고 특별히 다른 후배들이 아니라는 것. 이호준은 "오히려 8개 구단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이나 파워, 스피드가 좋다. 순식간에 분위기를 타면 어찌 될 지 모른다"며 후배들을 치켜세웠다. 세간의 시선처럼 만만한 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올시즌 목표를 묻자 그는 "앞에서 후배들이 어렵게 만든 찬스를 고참들이 대충대충 쳐 날려버려서는 안된다. 후배들이 보고 배우는데 모범을 보여야 한다. 100% 살릴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많이 점수가 나도록 힘쓰겠다"고 답했다.
더 큰 목표도 있었다. 바로 자신의 계약기간, 3년 안에 팀이 우승하는 걸 보는 것이다. 이호준은 "2007년에 SK가 처음 우승할 때도 울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우승하면 울 것 같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 팀을 만든 시간이 떠올라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3년은 뛸 테니 욕심 같아선 3년 안에 꼭 우승을 하고 싶다. 후배들에게 명문팀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걸 물려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