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선수단이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 했다. 넥센은 미국 애리조나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다. 출국을 준비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병호(왼쪽)와 강정호.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20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내고 다음 해에 부진할 때 등장하는 말이 2년차 징크스,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다. 야구 등 스포츠에서 특정 선수가 첫 해에 기대 이상의 맹활약을 펼쳤다가 이듬해 추락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이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용어다. 첫해 크게 성공을 거둔 선수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게 2년차 징크스다.
2년차 징크스가 나타나는 건 선수 본인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심리적으로 느슨해졌기 때문이고, 또 상대가 철저하게 연구와 분석을 하고 대응을 하기 때문이다. 첫 해의 성공에 도취해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에게 노출된 게 많기에 취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당해 쓴맛을 보게 된다. 2년차 징크스를 이겨내지 못하면, 반짝 선수로 추락할 수도 있다. 화려한 성공 뒤에는 늘 유혹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타율 2할9푼, 31홈런, 105타점, 장타율 5할6푼1리를 기록한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27). 홈런과 타점, 장타율 1위에 올랐고, '20(홈런)-20(도루)'을 달성했으며,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다. 히어로즈의 4번 타자를 넘어 단숨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간판선수로 도약했다. 전문가들도 시즌 개막을 앞두고 박병호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으나 이 정도로 강력한 인상을 남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성남고를 졸업하고 2005년 LG에 입단했으니 프로 8년차에 활짝 꽃을 피운 박병호다.
목동구장 웨이트트레이닝룸에서 후배 서건창과 포즈를 취한 박병호.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1.15/
박병호에게 지난해는 데뷔 시즌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시즌 133경기, 전 게임에 4번 타자로 나서 히어로즈 돌풍을 일으켰다. 박병호는 데뷔 첫 해였던 2005년 79경기에 출전한 이후 7년 간 매년 80경기를 넘지 못했다. 풀타임 선수가 아니다보니 출전경기수에 비해 실제로 타석에 들어설 기회도 적었다. 1,2군을 오르내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박병호에게 올해가 사실상 프로 두번째 시즌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히어로즈의 주축타자, 슬러거로서 올해도 능력을 보여줘야 진짜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지난해 풀타임 첫 시즌을 보낸 박병호도 올해 2년차 징크스에 빠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프로 9년차인데 2년차 징크스를 거론한다는 게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박병호는 이런 주위의 걱정을 인지하고 있고,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상대팀 벤치, 배터리가 지난해와 똑같은 리 없다. 박병호의 장단점을 충분히 분석해 약점을 파고들 것이다. 프로라면 당연한 일이다. 박병호 또한 이에 대처할 것이다. 시즌이 끝나고 수상식 참석으로 분주했던 연말에도 목동구장에서 훈련을 했던 박병호다.
박병호는 상대의 집중견제를 예상하며서도 심리적인 면에서 2년차 징크스를 의식할 거라는 예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병호는 2012년 풀타임 첫해에 이어 맞은 올해를 프로 2번째 시즌이 아닌 3번째 시즌이라고 했다.
박병호는 "내게 진정한 의미에서 프로 첫 시즌은 시즌 중반에 LG에서 히어로즈로 이적한 2011년이다. 그해 후반기 마지막 2경기를 빼고는 전 게임에 출전했다. 시즌 풀타임 출전은 아니었으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자신감을 얻은 2011년이 내게는 프로의 출발이었다.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내게는 올해가 3번째 시즌이다"고 했다.
2012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2012년 12월11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박병호가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코엑스=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2.11/
널리 알려진 것처럼 LG에서 주전경쟁에 밀린 박병호는 2011년 7월 히어로즈로 트레이드가 된 후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4번 타자로서 출전이 보장된 상태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열어젖혔다. 2011년 66경기에 나선 박병호는 13홈런, 31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알렸다. 데뷔 후 7년 간 최다홈런, 최다타점이었다. 지난해 성공의 발판이 2011년 후반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박병호의 설명대로라면 지난해가 프로 2년차였고, 2년차 징크스를 완벽하게 깨트린 것이다.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김시진 당시 히어로즈 감독과 양준혁 SBS 해설위원 등 전문가들은 박병호가 25홈런, 80타점 이상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박병호는 "25홈런-80타점을 한 번도 내 입으로 말한 적이 없다. 진짜로 20홈런을 쳐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목표를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전 경기 출전을 목표로 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다. 전 경기에 풀타임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시즌 전 경기 출전 선수는 박병호를 포함해 총 3명. 이 가운데 전 게임 풀타임 출전은 박병호가 유일했다. 박병호는 4번 타자의 전 게임 풀타임 출전이 롯데 시절 이대호에 이어 두번째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국내 야구에서 4번 타자가 2년 연속으로 전 게임에 풀타임 출전한 경우가 없었다. 이 기록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