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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에 그친다'는 말이다. 표를 위해 허언을 일삼는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프로야구판에서도 이런 행태가 벌어졌다.
낙제점을 받은 건 자명한 사실이다. 통합 창원시 인구가 109만명이고, 진해 지역 인구는 고작 19만명이다. 진해는 산으로 둘러싸인 군사도시다. 산을 관통하는 두 개의 터널을 이용해 들어가야 하는데, 상습정체구간이다. 대중교통 등 접근성도 좋지 않다. 평일 야구경기는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과 맞불린다. 교통 지옥?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스스로 흥행을 포기한 꼴이다.
통합 창원시는 야구단을 유치할 때만 해도 장밋빛 공약을 쏟아냈다. 2만5000석 이상의 신축구장 건립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창원시가 9구단 연고지로 선택된 결정적 조건이었다. 기한도 스스로 못박았다. 2016년 3월 이내 완공을 공언했다.
그때만 해도 의욕이 넘쳤다. 바닷가와 맞닿아 있는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을 청사진으로 내세울 정도였다. 창원시는 해양도시 창원의 장점을 살리겠다고 역설했다. 젊은 게임기업 엔씨소프트의 이미지와 맞물려 모두가 창원시의 약속을 굳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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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창원시가 선정한 진해 육군대학부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국방부 소유 땅이다. 창원시가 풍호동에 해군관사를 지어주는 조건으로 넘겨 받기로 했다. 이른바 '기부 대 양여' 방식이다. 기부가 이뤄져야 재산 교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풍호동 해군관사는 이제야 건설업체가 선정된 상태다.
창원시는 이에 대해 "해군과의 협의"라고만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보낸 공문에도 구체적인 방법은 적시하지 않았다. 땅을 가진 국방부로서는 땅을 미리 줄 이유가 없다. 국방부가 고자세로 나오면, 다른 방법은 없다.
과연 진해 신축구장은 흥행을 위한 선택이었을까. 또 KBO, NC와의 약속은 지킬 수 있는 걸까.
통합 창원시에게 야구장은 그저 마산-창원-진해의 불완전 결합을 봉합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게다가 신축구장 문제만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아니다.
박완수 창원시장은 재선의 구 창원시장 출신이다. 중앙정부의 주도로 졸속으로 진행된 통합 당시 구 창원시는 이름을 지켰다. 대신 통합시 새 청사 후보 1순위 지역을 마산과 진해 지역에 선정하기로 했다. 서로 한 발 물러서 낸 결론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시청사는 짓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구 창원시에 유리한 항목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해 새 청사가 필요없다, 지어도 1순위에 창원을 포함하겠다는 결론을 냈다. 이 과정에서 야구장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신축구장이 뒷전이 되고, 결국 최악의 조건인 진해로 밀려난 건 이처럼 '지역이기주의'가 낳은 결과다. 야구단은 통합 창원시의 힘을 과시하는 수단일 뿐이었다. 통합 이후 의욕적으로 나선 사업 중 '공적'으로 남기기엔 최고의 선택이었다. 처음부터 통합 창원시는 프로야구를 '보여주기'사업으로 생각했다.
박완수 시장은 30일 신축구장 입지 발표 현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KBO가 우리의 상급기관이라도 되나? 자꾸 이래라 저래라 하는데 유감스럽다"고 답하기도 했다.
맞다. KBO는 창원시의 상위기관은 아니다.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다. 달리 말해 '파트너'다. 그런데 서로의 가치 창출을 위해 손을 맞잡은 파트너가 딴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더이상 다른 말이 필요 있을까. 창원시는 프로야구를 철저히 정치에 이용했다.
NC는 연고지 이전이라는 강경책을 꺼내들지 않았다. 리모델링한 마산구장에서 꿋꿋하게 야구를 해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NC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연고지 이동은 가능하다. 더이상 야구판에서 '정치'를 보고 싶지 않다. 연고구단을 갖고 있는 지자체, 앞으로 야구단 유치를 원하는 지자체 모두 야구를 '수단'으로 쓰지 않았으면 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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