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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김응용 감독이 올시즌 출사표를 밝히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한 김 감독은 감각적인 한마디 한마디로 젊은 팬들을 매료시켰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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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노장', '승부사' 한화 김응용 감독이 실로 오랜만 팬들 앞에 섰다. 김 감독은 25일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13년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해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2004년말 삼성서 놓았던 지휘봉을 지난해 한화에서 다시 잡은 김 감독에게 미디어데이 행사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TV로 중계방송까지 되는 미디어데이 행사가 김 감독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김 감독은 1시간30분 가량 진행된 행사에서 다양한 표정과 코멘트로 팬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날 행사에는 건국대 학생들을 비롯한 400여명의 20대 젊은 팬들이 함께 했다.
첫 등장부터 남달랐다. 진행자의 소개에 따라 김 감독은 한화 주장 김태균, 신인 조지훈과 함께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감독석에 앉기전 선수들과 함께 단상 앞에서 팬들을 향해 먼저 인사를 해야 하는 순간. 김 감독은 아무 거리낌없이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진행자가 "감독님, 앞에 나오셔서 인사를 먼저 하셔야 합니다"라고 하자, 그제서야 김태균 조지훈과 함께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가 인사를 했다.
지난해 우승팀 삼성 류중일 감독부터 정해진 순서대로 올시즌 출사표를 던지는 시간이 됐다. 8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김 감독은 "준비한 말을 앞 분들이 다 해서 할말이 없네요. 연습 원없이 많이 시켰고, 하여튼 끝까지 최선 다하겠습니다"라는 짤막한 말로 각오를 밝혔다. 김 감독을 전설로 알고 있는 젊은 팬들 사이에서 조금씩 웃음이 흘러나왔다.
분위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진행자가 KIA 선동열 감독과의 사제지간 인연, 올시즌 맞대결에 관한 질문을 꺼냈다. 먼저 선 감독이 "김응용 감독님 밑에서 지도자를 시작했어요. 수석 겸 투수코치를 맡았는데 투수를 교체할 때마다 감독님께 '바꾸겠습니다' 하면 '바꿔 바꿔' 하셨는데요. 경기가 끝나면 '타이밍이 늦었다'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어요. 감독 입장에서는 투수교체 타이밍이 제일 어렵습니다. 8년째 감독을 하는데 투수교체 타이밍을 잡는 것을 그런 면에서 감독님으로부터 많이 공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라며 김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감독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김 감독은 "사실 제가 많이 배웠죠. 내가 성격이 급하자나요"라며 웃음을 지어 보인 뒤 "아무래도 우리가 (KIA보다)많이 떨어지죠. 솔직히 우리가 약합니다. 그래도 야구는 반드시 강한 팀이 이기는건 아니고, 의외성이 많은 스포츠니까요. 어떻게 보면 스포츠도 아니죠. 운이 좋으면 우리가 이길 수도 있는 것이고"라며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자학 개그'라고나 할까. 팬들과 취재진은 김 감독의 솔직한 답변에 장시간 웃음을 터뜨렸다.
계속해서 올시즌 우승팀과 다크호스를 꼽아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답변에 나선 NC 김경문 감독이 "우승은 한화고, 다크호스는 NC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 감독은 특유의 담담한 표정으로 "이하동문입니다"라고 했다. 또다시 웃음바다가 됐음은 물론이다.
김 감독이 삼성에서 지휘봉을 놓을 당시 프로야구에는 미디어데이 행사는 없었다. 김 감독에게는 다소 생소한 자리였을 수도 있다. 행사 마지막 포토타임때 후배 감독들은 김 감독을 가운데 자리로 안내하며 '노장'에 대한 예를 표하기도 했다. 김 감독을 직접 본 적이 없는 젊은 팬들은 이날 미디어데이 행사를 통해 그의 감각적인 코멘트와 존재감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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