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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파워엘리트 집단, '광주일고의 난'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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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의 찬란한 영광을 발판삼아 이들은 대학시절(서재응-인하대, 김병현-성균관대) 각각 메이저리그에 입단한다. 그리고 미국 무대에서 동료가 아닌 적으로 만났다. 2006년 5월의 일이다.
2006년 5월23일, 당시 서재응은 LA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김병현은 서재응과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편성된 콜로라도 소속이었다. 당시 두 한국인 출신 메이저리거 선발의 맞대결은 미국에서도 상당히 화제가 됐었다. 특히 이들이 한국에서도 같은 고교를 나왔고, 또 LA다저스 1루수였던 최희섭 역시 이 고교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당시 메이저리그에서는 '대체 한국의 광주일고는 어떤 학교인가'라며 경탄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당시의 첫 맞대결에서는 선배인 서재응이 웃었다. 김병현도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하며 잘 던졌지만, 7이닝 1실점을 기록한 서재응에게 밀리고 말았다. 이후 이들은 맞붙은 적이 없다. 서재응은 2008년 한국으로 돌아왔고, 김병현은 조금 더 메이저리그에 남았다가 결국 지난해 넥센에 입단했다.
첫 맞대결 이후 7년의 시간이 흘렀다. 두 선수 모두 30대 중반의 완숙기에 접어든 상황. 20대 시절 만큼의 파워는 없을지라도, 노련함은 월등히 커졌다. 7년전에는 서재응이 이겼지만 이번 대결의 승패는 속단할 수 없다. 성적으로는 서재응이 분명 앞선다. '컨트롤 아티스트'의 명성을 되찾은 서재응은 지난해 29경기에서 9승8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했고, 또 44이닝 연속 무실점의 기록을 세웠다.
김병현은 지난해 1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66, 3승8패 3홀드를 기록했는데, 몸상태가 완전히 만들어진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처음부터 준비된 상태로 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광주일고 선후배' 그리고 '전직 메이저리거'의 진짜 승부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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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 서재응과 김병현 뿐만 아니라 두 팀의 사령탑인 선동열 감독과 염경엽 감독 역시 광주일고 출신 선후배 관계다. 그러나 이들은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적은 없다. 선 감독이 63년 1월생이고, 염 감독이 68년 3월생이라 6년의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 후 같은 고려대를 나왔지만 역시 함께 선수로 그라운드에 나설 기회는 없었다. 프로 입단 후에도 선 감독은 해태를 거쳐 일본 무대로 떠났고, 염 감독은 태평양과 현대에서 선수시절을 보냈다.
때문에 서로의 관계가 그다지 밀접하지는 않다. 게다가 선 감독은 이미 2005년부터 감독으로 데뷔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두 차례나 일군 베테랑이고, 염 감독은 올해가 감독 첫 시즌이다. 첫 맞대결에 대한 부담감은 아무래도 후배인 염 감독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자존심만큼은 염 감독도 선 감독 못지 않다.
이들은 30일 개막전에서 첫 공식 대결을 펼쳤다. 여기서부터 치열한 기싸움이 펼쳐졌다. 이날 두 팀은 총 25개의 안타(KIA 11개, 넥센 14개)를 치면서서 도합 3번의 역전을 주고받는 팽팽한 명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결국 최후에 웃은 것은 선 감독이었다. KIA는 6-9로 뒤지던 7회말 4점을 뽑아내 결국 10대9로 이겼다.
재미있는 점은 이 대결에 관해 베테랑 선 감독이나 초보 염 감독 모두 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경기 후 "투수 교체 시기가 좋지 않았다"는 소감을 내놨다. 경기 후반 재역전을 만들어낸 뒤 중간 계투진의 난조로 다시 역전패를 당한 점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그런데 선 감독 역시 이날 경기를 복귀하면서 "투수 교체에 관해 자꾸 아쉬움이 남는다. 처음 생각한대로 갔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두 감독의 이런 모습을 보면 경력에 상관없이 감독들에게 가장 어려운 결정사항이 바로 '투수교체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보인 염 감독이야 그렇다 쳐도 투수 교체에 관해서는 한국 최고라는 명성을 듣고 있는 선 감독 역시도 이처럼 늘 어려워하고 있다.
선 감독은 "투수 교체라는 것은 참 미묘하다. 무조건 빠르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다리다가 타이밍을 놓쳐서도 안된다. 나 역시도 늘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염 감독 역시 첫 데뷔전부터 이런 문제를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두 번째 대결에서 이들 선후배의 지략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서재응과 김병현의 대결 못지않게, 광주일고 출신 선후배 감독들의 지략대결도 상당히 흥미를 끈다. 과연 '광주일고의 난'에서 최후에 웃는 사람은 누구일까.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