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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풍성해지려면, 자꾸 새로운 묘목을 심어 잎을 무성히 피워올리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이건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한창 자라나는 시기의 묘목들은 거센 폭풍우가 몰아칠 때 산의 붕괴를 지킬 힘이 부족하다. 바로 이런 시련의 때가 닥쳤을 때 산을 지키는 것은 결국 오랫동안 뿌리를 깊게 박고 있던 노송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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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의 타구가 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순간, KIA 덕아웃은 침묵에 휩싸였다. 다행히 앤서니가 후속 고영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끝냈지만, 전날 역전패의 망령은 스물스물 KIA 덕아웃을 잠식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선 감독의 선택은 적절했다. 최향남은 연장 10회초와 11회초, 2이닝을 단 1안타로 막아냈다. 특히 연장 11회초 이날 두산 4번타자로 출전한 홍성흔에게 바깥쪽 슬라이더로 연거푸 3개의 헛스윙을 이끌어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어 연장 12회초에 바통을 이어받은 유동훈 역시 내야안타 1개만 내줬을 뿐 1이닝을 11개의 공만으로 무실점 처리했다. 결국 이 두 베테랑의 든든한 배짱투 덕분에 KIA는 연장 12회말 나지완의 끝내기 2루타로 4대3, 1점차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선 감독은 과거 삼성 사령탑 시절부터 투타를 막론하고 젊은 선수들을 선호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빠른 세대교체가 결국은 팀을 강하게 만들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선 감독은 베테랑의 가치를 간과하지 않고 있었다. 세대교체도 좋지만, 정작 위기의 순간이라면 경험많은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고 해결해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KIA에서도 역시 이런 신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선 감독은 임준섭이나 박준표 등 신진 투수들의 성장에 크게 주목한다. 이들이 KIA의 미래를 책임져줘야 하고, 그럴만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진짜 승부처에서는 최향남과 유동훈 등 베테랑 투수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침 최향남과 유동훈도 스프링캠프의 훈련을 잘 수행한 덕분에 마운드를 지킬만한 힘이 붙었다. 그래서 올 시즌 성적도 좋다. 유동훈은 4경기, 3⅓이닝 동안 4안타 무볼넷 4삼진으로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1승을 챙겼다. 최향남도 5경기에서 6이닝을 던지며 6안타 1볼넷 5삼진으로 1점만 내줬다. 평균자책점 1.50에 벌써 홀드를 3개나 챙긴 상황. 진정한 필승계투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 베테랑의 활약도가 계속 이어진다고 전제하면, KIA가 폭풍우 앞에 대책없이 무너지는 일은 드물 듯 하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