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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게 슬럼프란, 만나고 싶지 않아도 만날 수밖에 없는 악연과 같다. 흔히 타격엔 사이클이 있다고 말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한창 좋을 땐 공이 수박만 하게 보이다가도, 안 좋을 땐 아무리 잘 보고 잘 쳐도 안 맞는 게 야구다.
21일 현재 이용규는 팀이 치른 38경기에 모두 나와 타율 2할5푼3리, 출루율 3할5푼8리를 기록중이다. 타율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53명 중 43위다. 톱타자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출루율 역시 38위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용규는 특유의 타격폼까지 바꿨다. 경기 전 타격훈련 때부터 오른발을 놓는 위치를 바꿨다. 이용규의 타격 대기 자세는 전형적인 오픈 스탠스다. 오른발이 완전히 1루 쪽으로 향해 있다. 투수의 투구리듬에 맞춰 오른발을 들었다 내려 놓으면서 타격한다. 타격시 오른발은 안쪽으로 내딛는다.
하지만 이날은 스퀘어(왼발과 오른발이 일직선이 되는 것) 스탠스였다. 양발을 나란히 두고 타격을 준비했다. 경기 전 김용달 타격코치는 "일단 본인이 하고 싶다는대로 놔둘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오랜 타격코치 생활로 슬럼프에 빠진 타자에게 무리한 주문을 하는 것이 악영향을 끼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변화가 신통치 않자 결국 네번째 타석부터는 본연의 타격폼으로 돌아왔다. 몸쪽 공에 대처하기 쉽다는 게 오픈 스탠스의 장점인데, 스퀘어 스탠스로 자세를 바꾸자 그 장점을 잃어버린 것이다. 상대 역시 이를 간파하고 몸쪽으로 승부했다.
아마도 이용규는 3회 두번째 타석에서 몸쪽 공을 잡아당기다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을 때 느꼈을 것이다. 예전과 달리 타이밍이 맞지 않아 땅볼이 됐다.
물론 타격폼을 바꾼 뒤에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6회 네번째 타석에서 약간 1루쪽으로 오른발을 옮겼지만, 1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역시 몸쪽 슬라이더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방망이 나오는 속도, 즉 투구에 대한 대처가 늦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7회 마지막 타석에선 아예 기존 타격자세로 돌아갔다. 극단적인 오픈 스탠스였다.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이용규는 이날 경기를 3타수 무안타 1볼넷 1사구로 마감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박재홍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타자가 타격폼을 자꾸 바꾼다는 건 밸런스가 완벽하지 않고, 뭔가에 불만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것 저것 다 해보면서 본인 스스로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이처럼 타자는 안 될 때 몸부림을 친다. 그러다 갑자기 예전 밸런스를 찾거나, 혹은 새롭게 최적화된 밸런스를 발견하게 된다. 극심한 부진에 빠진 이용규 역시 그런 '과정'에 있다. 이용규의 고민이 언제쯤 끝날까. 팬들은 '용규놀이'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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