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화 김태균은 23일 광주 KIA전에서 볼넷을 얻어 46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
|
지난 200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배리 본즈는 한 시즌 동안 무려 232개의 볼넷을 기록한 적이 있다. 그 가운데 고의4구는 절반이 넘는 120개나 됐다. 본즈는 그해 타율 3할6푼2리, 45홈런, 101타점을 올리며 내셔널리그 MVP에 선정됐는데, 볼넷, 특히 고의4구 기록이 당시 그가 얼마나 두려운 타자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 시즌에 고의4구가 120개? 웬만한 타자의 한 시즌 안타수에 해당한다. 매 경기 투수들이 한 번쯤은 본즈를 걸렀다는 이야기다. 물론 벤치의 사인에 의한 것이었겠지만. 어쨌든 본즈는 모든 감독들이 상대하기를 꺼려했던 타자다. 한 번은 만루상황에서 고의4구를 얻은 적도 있다. 본즈는 은퇴후 금지약물복용 의혹을 받고는 모든 기록들의 가치가 전문가들의 눈밖에 났지만, 순수한 타격 실력만큼은 여전히 인정을 받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2001년 롯데 외국인타자 호세가 127개의 볼넷을 얻어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세운 적이 있다. 호세는 그해 출루율 5할3리로 역대 시즌 최고 출루율 기록까지 세웠고, 63경기 연속 1루를 밟는 경이적인 출루 기록도 작성했다. 역대 최강 용병 타자가 바로 2001년의 호세다. 본즈와 호세 모두 장타력과 정확성을 모두 갖춘, 약점을 찾아보기 힘든 타자였다.
한화 김태균은 23일 광주 KIA전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내며 46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9월27일 인천 SK전 이후 자신이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한 번 이상 1루를 밟았다. 한화의 팀성적이 바닥이라서 그렇지 김태균의 연속 출루 행진은 의미가 폄하돼서는 안되는 기록이다. 본즈나 호세의 그것처럼 김태균의 꾸준한 타격 실력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날 현재 김태균은 4할9푼1리의 출루율로 이 부문 1위다. 볼넷도 38개로 가장 많다. 안타는 39개이니 올시즌 안타보다 볼넷을 더 많이 기록할지도 모를 일이다. 호세는 2001년 127개의 볼넷을 얻는 동안 그보다 적은 123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김태균이 많은 볼넷을 얻는 것은 선구안이 뛰어나고 상대가 치기 좋은 공을 절대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곧 상대팀에게는 그가 두려운 타자임을 의미한다. 김태균은 시즌 시작부터 줄곧 4번 타순에서 쳐왔다. 한화에서 3번, 5번 타자는 수시로 바뀌지만, 4번 김태균은 부동이다. 김태균이 볼넷이 많은 이유는 여기에서 나타난다. 한화의 5번타자가 그다지 강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올시즌 들어 5번 타순에는 김태완 최진행 정현석 김경언 등이 기용됐다. 지금은 부상에서 복귀한 김태완이 나선다. 이날 현재 한화의 5번 타순 타율은 2할8푼7리이며 홈런은 단 한 개도 없다. 아무래도 지난해 타격왕에 오른 김태균보다는 5번 타자와 상대하는게 상대팀으로서는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태균 입장에서는 출루만 많지 안타를 칠 수 있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타격감을 꾸준히 유지하기가 힘들다. 5월 들어 17경기에서 타율 2할5푼(44타수 11안타)에 홈런없이 6타점에 머문 이유다. 이 기간 동안 볼넷은 무려 26개나 기록했다. 김태균은 득점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서면 웬만하면 걸어 나간다고 볼 수 있다. 한화는 9개팀중 경기당 득점이 3.79점으로 가장 낮다. 이러한 구조적인 한계에서 벗어나 득점력을 높이려면 5번 타자가 힘을 내는 수 밖에 없다. 상대팀이 김태균을 무서워 할수록 한화의 공격은 더욱 막히게 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