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이, 김진우에 백허그당한 사연

최종수정 2013-08-01 07:11

KIA와 삼성의 2013 프로야구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30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2사 1루 삼성 박한이 타석때 KIA 김진우의 투구가 몸쪽으로 날아오자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오며 벤치클리어링 상황이 벌어졌다. 양팀 선수들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7.30/



흔히 프로야구판에서 벤치클리어링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여운이 이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연전 시리즈에서 이튿날 같은 팀들이 다시 만나면 자연스럽게 전날의 '사건'이 회자된다.

7월 31일 KIA-삼성전이 열린 광주구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두 팀은 전날 벤치클리어링을 벌였다.

4회초 2사 1루, 삼성 박한이(34)의 타석 때 KIA 선발 김진우(30)가 박한이의 다리 뒤쪽으로 빠지는 폭투를 던졌다. 당시 김진우는 4회 들어 연속 3실점을 하면서 2-5로 역전당하자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박한이가 불쾌한 표정을 하며 김진우를 계속 쳐다봤고, 이에 김진우가 대응하면서 양팀 선수들이 몰려나왔다. 사실 이번의 경우는 보통의 벤치클리어링치고는 별것 아닌 일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의 야구팬들은 충돌 과정에서 삼성 이승엽(37)이 KIA 서재응(36)을 말리는 장면을 놓고 "이승엽이 대인배"라며 이승엽의 긍정 이미지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쯤되니 이튿날 광주구장 현장에서도 벤치클리어링이 다시 거론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KIA 선동열 감독, 서재응과 삼성 박한이의 반응이 제법 흥미로웠다.

선동열 "서재응의 행동 그럴 만했다"


우선 선 감독은 전날 벤치클리어링에 대해 "사실 그렇게 충돌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대신 TV 중계 화면서 과도하게 흥분한 것으로 비쳐진 서재응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상대적으로 이를 말렸던 이승엽이 착한사람이 됐다"는 취재진에 질문에 대해 그저 웃기만 하던 선 감독은 말을 이어나갔다. "서재응이 후배인 김진우를 도와주기 위해서 다소 일부러 그런 게 아니겠나. 그럼 같은 팀 선배로서 누굴 도와주겠느냐." 선 감독은 서재응의 깊은 뜻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재응은 팀내 고참이자 베테랑 선수다. 요즘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고 해서 후배들에게 파이팅을 독려하고,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포석도 깔려있을 것"이라는 게 선 감독의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구단 관계자는 "과거 KIA의 전통은 선배들이 영차영차하면서 후배들을 이끌고 파이팅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서재응의 '버럭'은 그런 선배 역할의 일환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재응은 이날 자신의 과격한 이미지가 부각된 것에 대해 "구단이 나를 좀 도와줘야 할 것 아니냐"며 웃어넘겼다.

박한이, 김진우에게 백허그당하다

다른 종목과 달리 벤치클리어링같은 선수간 충돌에 대해 관대한 곳이 프로야구다. 그래서 프로야구의 벤치클리어링은 팬들에게 싸움구경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쇼'라고도 불린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던 모양이다. 벤치클리어링 유발자였던 박한이와 김진우는 이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깨끗하게 풀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마친 박한이는 이용철 KBS 해설위원과 전날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김진우한테 겁먹은 게 아니라 제대로 한방 먹이려고 했다"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진우와 직전에 화해를 했기 때문이다. 박한이는 이날 오후 경기 준비를 위한 팀훈련을 위해 광주구장에 도착해 라커룸으로 들어오던 중 김진우에게 '백허그'를 당했다. 김진우가 박한이를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살며시 뒤쫓아가 끌어안으며 "형, 어제는 제가 미안했어요"라고 응석을 부리더라는 것. 이 한마디 말에 박한이의 서운했던 감정도 스르르 풀어졌다고. 경기장에서는 치열하게 싸우지만 뒤에서는 뒤끝없이 악수를 하는 동업자 정신이 어김없이 발동한 것이다. 박한이는 "그 큰 덩치가 뒤에서 나를 살포시 끌어안더라"며 그저 웃었다.
광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