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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이 자꾸 삐걱댄다. 일단 시동이 걸린 이후에는 안정적인 운행이 이어갈 수 있지만, 늘 첫 출발이 힘겹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에게 '1회'는 늘 악몽이다.
류현진의 올해 첫 연패에 시즌 최소이닝 타이 기록 경기였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계속 선전을 이어오던 류현진이 후반기 들어 가장 부진한 기록을 남긴 경기다.
그러나 '마의 1회'는 다른 호투 장면들을 모두 무색케 할 정도로 뼈아팠다. 류현진은 1회 1사 후 셰인 빅토리노에게 볼카운트 2B2S에서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한 것이 악몽의 시작이었다. 이 사구는 류현진이 올 시즌 들어 무려 160이닝 만에 처음으로 허용한 기록이다.
이후 3번 더스틴 페드로이아에게 2루수 왼쪽 깊숙한 코스로 내야안타를 맞아 1사 1, 2루가 됐다. 타구 방향이 조금만 오른쪽으로 흘렀으면 병살타가 될 수도 있었지만, 페드로이아에게 운이 따랐다. 이어 1사 1, 2루에서 4번 마이크 나폴리에게 중전적시타를 허용해 손쉽게 1점을 내줬다.
사실 여기에서 추가실점만 막아냈어도 류현진에게는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사구 이후 연속 안타에 대해 부담감을 느꼈는지 류현진은 5번 조니 곰즈에게 뼈아픈 실투를 했다. 초구로 던진 90마일 짜리 패스트볼이 밋밋하게 들어가는 바람에 좌중월 3점 홈런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결국 이런 식으로 1회에 내준 4점이 이날 류현진의 실점 전부다. 그러나 이 점수는 결국 이날의 패전을 불러왔고, 류현진도 시즌 첫 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반드시 극복해야 할 '1회 징크스'
류현진은 올해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확한 제구력과 안정적인 위기관리 능력에 이닝 소화력까지 갖춰 단숨에 메이저리그 A급 선발로 우뚝 자리매김했다. 벌써 12승을 거둬 팀내 다승 공동 2위인데다 내셔널리그의 강력한 신인왕 후보중 하나로도 거론된다.
그러나 류현진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낯선 리그에서 첫 시즌을 치르는 과정에서 약점들이 발견되곤 했다. 이번 보스턴전에서도 마찬가지로 류현진의 약점 내지는 보완점이 발견됐다. 바로 '1회 징크스'다.
이날 보스턴 전에 앞서 올 시즌 총 24경기에 나온 류현진의 투구 내용을 분석해보면 이런 징크스가 쉽게 발견된다. 이닝별로 분석해봤을 때 1회가 가장 부진했다. 앞선 24경기에서 류현진은 1회에 가장 많은 5개의 홈런을 허용했고, 볼넷(11개) 역시 가장 많이 내줬다. 피안타율도 2할8푼1리나 됐다. 데이터가 적은 8회(4경기, 2⅓이닝 0.300)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았다.
이런 식의 초반 난조는 A급 투수라면 보이지 말아야 할 약점이다. 팀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의 경우 1회 피안타율이 1할9푼8리 밖에 안된다. 특히 커쇼는 이닝 구간별로 큰 차이가 없다. 초반이나 종반이나 한결같았다는 뜻이다.
반면 류현진은 초반 출발이 대부분 부진하다. 투구수 구간별로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투구수가 1~25개일 때의 피안타율이 무려 3할8리나 된다. 하지만 투구수가 26~50개일 때는 2할4푼1리로 확 줄어들었다. 51~75개 구단에서는 0.204로 더 낮아졌다. 힘이 떨어지는 구간인 76~100개 사이에서는 2할6푼으로 약간 올랐지만 그래도 1~25구간에 비하면 낮다.
특히 1~25개 구간에서는 피홈런도 7개로 가장 많았다. 또 삼진/볼넷 비율도 1.73으로 가장 낮았다. 볼넷의 비율이 많았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경기 초반, 특히 1회에 투구수 25개 미만인 시점이 류현진에게는 가장 취약한 타이밍이라고 분석된다.
이날 보스턴전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런 특징이 그대로 나타났다. 류현진이 곰즈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으며 4실점째를 기록했을 때가 바로 딱 투구수 19개 시점이었다. 1회 선두타자 엘스베리를 공 2개만으로 처리한 이후 던진 17개의 공이 결국 이날 류현진에게 패배를 안겨다 준 것이다.
이런 특징적인 모습은 어깨가 늦게 풀린다거나 집중력이 초반에는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파악된다. 그렇다면 결국 류현진으로서는 초반부터 좀 더 집중력있게 타자와 상대해야만 할 필요가 있다. 약점이 노출되면 상대 타자들도 집요하게 이를 노리게 된다. 1회가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다행인 점은 영리한 류현진이 자신의 약점을 발견할 때마다 이를 수정 및 보완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결국 '1회 징크스'를 어떻게 넘느냐가 향후 류현진이 보다 안정적으로 입지를 굳히는 동시에 신인왕 경쟁에서 한발 더 앞서갈 수 있는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