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구단버스 운전, 어렵지만 열정있는 일본 독립리그

기사입력 2013-09-15 10:37


12일 효고 블루 선더스전에 앞서 효고현 산다시 야구장에서 포즈를 취한 기무라 다케시 기슈 레이더스 감독. 산다(일본 효고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어떤 이에게 야구는 직업이고, 어떤 이에게 야구는 취미생활이다. 또 대다수 야구팬들에게 야구는 즐거움을 주는 여가생활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 야구에 대한 열정이 좀 지나친것(?) 같다. 학생이 아닌 직업 야구선수인데도 월급이 없고, 야구를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선수 6~7명이 돈을 모아 합숙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미래가 밝은 것도 아니다. 또 일본의 고등학교 선수라면 꼭 한 번쯤 서고 싶어하는 무대 고시엔 대회에서 우승을 이끌었던 스타 출신 감독은 원정 때 버스 운전대를 잡는다. 일본 독립리그 간사이 리그 기슈 레이더스 이야기다.

지난 12일 찾은 일본 효고현 산다시 아메니스킷피 스타디움. 고베 도심에서 전철을 한 번 갈아타고 40여분, 또 산다역에서 택시를 타고 가야하는 외진 곳에 야구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간사이 독립리그의 기슈 레인저스와 효고 블루 선더스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효고 블루 선더스는 여자 너클볼 투수 요시다 에리의 소속팀으로 유명하다. 요시다는 미국 독립리그 비시즌 때 효고 선수로 뛰고 있다.

독립리그는 말 그대로 프로구단, 프로야구 커미셔너 사무국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리그다. 고교나 대학까지 야구를 하고도 프로팀으로 부터 지명을 받지 못했거나, 프로에서 방출된 선수들이 뛴다. 독립리그에서 경험과 실력을 쌓아 프로에 진출하는 선수도 있다. 독립리그는 프로 선수를 꿈꾸는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는 고양 원더스가 독립구단을 표방하고 있는데, 엄밀한 의미에서 독립리그 팀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2009년 발족한 간사이 리그는 올시즌 참가팀이 효고 블루 선더스(효고현 산다시), 06 불스(오사카부 동오사카시), 기슈 레이더스(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 세 팀 뿐이다. 고베 선스, 야마토 사무라이 레즈가 올해 리그에서 빠졌다. 일본에는 간사이 리그와 시코쿠 아일랜드 리그, 베이스볼 챌린지(BC) 리그까지 세 개의 독립리그가 있는데, 간사이 리그가 재정이 가장 안 좋다.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리그와 구단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시코쿠 아일랜드 리그와 BC 리그는 프로야구팀이 없는 시코쿠 지역과 군마, 니가타, 나가노, 도야마, 이시카와현에 자리잡고 있다. 간사이 지역에는 프로야구 간사이 지역의 맹주 한신 타이거즈와 오릭스 버팔로스가 있다. 프로야구 인기가 높은 지역에서 독립리그는 설 자리가 좁을 수밖에 없다.

기슈 레이더스는 기무라 다케시 감독(52)은 물론, 올시즌 30명에 가까운 선수들 모두 월급이 없다. 일부 구단 프런트만 급여를 받는다. 2009년 리그 출범 때만해도 지금보다는 나았다. 당시에는 선수들에게 월급과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기슈 레이더스 사령탑인 동시에 간사이 리그 대표를 맡고 있는 기무라 감독은 효고나 오사카 원정 때면 직접 구단 버스 운전대를 잡는다. 이날도 연고지인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에서 효고현 산다시까지 2시간 거리를 달려왔다. 본래 버스 운전은 기슈 레이더스 매니저이면서 리그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인 신우철씨가 했다. 그런데 팀 재정이 어려워지자 기무라 감독은 신우철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홈경기 때만 구단 일을 하게 했다. 구단 직원의 급여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급여가 사라지면서 일부 선수는 팀을 떠났다. 이제 프로진출 보다 먼저 급여가 있는 독립리그 이적을 목표로 하는 선수가 생겨났다.


12일 효고현 산다시 킵프스타디움. 효고 블루 선더스전에 앞서 기슈 레이더스 선수들이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산다(일본 효고현)=민창기 기자 huelva@sportdchosun.com
기무라 감독은 "프로야구 잘 되려면 체계가 있어야 한다. 1군 아래, 2,3군이 있고, 독립리그가 받쳐줘야 안정적으로 발전을 할 수 있다. 누구나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없기에 독립리그가 필요하다. 프로의 경우 어린이들이 선수를 만나기 어려운데 지역과 밀착된 독립리그의 경우 쉽게 어울릴 수 있다. 어린이들이 야구를 훨씬 가까운 데서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기무라 감독(선수시절 등록명 이시이 다케시)은 와카야마 미노시마 고교시절 고시엔 대회에서 통산 14승을 거둔 스타 출신이다. 팀의 에이스로 고시엔 봄과 여름 대회를 연속 제패하기도 했다. 고시엔 스타 이시이는 고교 졸업후 세이부 라이온즈에 입단했으나 허리 통증 때문에 통산 8승4패4세이브에 그쳤다. 현재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이끌고 있는 아키야마 고지 감독이 입단 1년 후배라고 한다.

'올해 구단 예산이 얼마나 되냐'고 묻자 기무라 감독은 "출범 초에는 1억엔(약 11억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1000만엔(약 1억1000만원)으로 줄었다"고 했다. 신우철씨는 "구장 대여비 등을 감안하면 2000만엔(약 2억2000만원) 정도는 될 것이다"고 했다.

그런데 급여가 없이 선수들은 어떻게 생활을 하는 걸까. 대다수가 낮 시간에 훈련을 하고 저녁에 음식점이나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다. 주로 독립리그 선수의 사정을 알고 편의를 봐주는 가게를 찾는다고 한다. 간사이 리그는 팀 별로 정규시즌 64경기를 치르는데, 야간경기가 있기 때문이다. 몇몇 선수들은 함께 방을 얻어 집단생횔을 하면서 텃밭에 야채를 재배해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

원정 야간 경기가 끝난 뒤 식사도 선수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 주로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허기를 달랜다. 12일 경기 때 장내 아나운서는 무보수 자원봉사자가 맡았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100명 안팎이다. 2010년에는 두 명의 선수가 오릭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 지명을 받았다. 또 메이저리그 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선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극히 예외적인 경우였다.

좋은 환경에서 마음껏 야구를 하고 있는 선수들은 간사이 리그 선수를 보며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야구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를 하는 이들이 있다. 산다(일 효고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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