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나지완' 준비 못한 KIA, 내년 어쩌나

최종수정 2013-09-30 11:27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KIA, 내년엔 걱정이 더욱 크다.

일단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선수가 둘이나 있다. 모두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주축들이다. 에이스 윤석민과 1번타자 이용규다. 윤석민의 경우 해외진출에 무게추가 쏠려 있는 상황이고, 수술로 시즌을 일찌감치 마감한 이용규의 거취도 확신할 수 없다.

이들만큼 더 큰 공백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바로 4번타자 자리다. 올시즌 붙박이 4번타자로 고군분투한 나지완이 군입대한다. 팀 사정상 세 번이나 입대를 연기했지만, 이젠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왔다.

올시즌 나지완이 29일까지 타율 2할9푼2리 21홈런 96타점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기에 더욱 아쉽다. 이미 타점은 데뷔 후 최고기록으로 100타점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홈런은 2009년(23개) 기록에 근접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시즌 중 가장 높은 타율임을 감안하면 이미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KIA는 화력 만큼은 다른 팀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신해왔다. 이범호-김상현-최희섭으로 이어지는 'L-C-K포'가 있었고, 이들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워도 나지완이 그 공백을 훌륭히 메워왔다. 사실 이들 이후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팀의 미래를 키우는데 대해 다소 소홀했던 부분이다.

나지완 하면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의 끝내기 홈런이 떠오른다. 이후 스포트라이트는 그를 비켜갔다. 중심타선을 묵묵히 지켜왔음에도 모두가 L-C-K포만 얘기했다. 하지만 '내구성' 면에서 문제가 있었던 이들 대신 항상 중심타선을 차지했던 게 나지완이다. 하위타순이나 백업멤버로 시즌을 시작해도 시즌을 치르다 보면, 나지완 없이는 타선이 구성되지 않을 정도였다.

군 문제를 계속 미룬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KIA 입장에선 L-C-K포 중 공백이 생길 경우, 나지완 만한 '대체자'가 없었다. 하지만 이젠 역설적으로 대체불가능해진 나지완을 잃게 됐다.

김상현은 이미 트레이드 카드로 써버린 상황. 여기에 최희섭은 매년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올시즌 부상 후유증을 떨쳐낸 이범호의 경우 4번타자 경험이 적은데다, 3번이나 5번에 보다 적합한 스타일이다.


내년 시즌 KIA 타선이 순식간에 휑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상급 리드오프와 100안타-20홈런-100타점을 해낼 수 있는 4번타자가 동시에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다.


KIA와 롯데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24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열렸다. 1회말 2사 1루 KIA 김주형이 롯데 옥스프링의 투구에 삼진으로 물러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9.24/
최근 KIA는 나지완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포스트 나지완'이 될 수 있는 이들을 중심타선에 배치해 경험을 심어주고 있다. 2004년 1차 지명한 우타 거포 유망주, 김주형은 이범호-나지완을 받치는 5번타자로 고정됐다.

김주형의 경우, 그토록 터지길 고대하던 대형 유망주다. 어느덧 프로 10년차다. 10년간 많은 코칭스태프의 속을 태울 만큼,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다. 지난 5월 말부터 1군에서 활약중이다. 하위타선에 배치되다 중심타자로 성장시키려 기회를 주고 있다. 29일 현재 78경기서 타율 2할4푼2리 9홈런 34타점. 이전 시즌에 비하면 정확도 면에서 다소 개선된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성장세도 아니다. 최근엔 이범호 대신 3루수로 고정시켜 수비에서의 가능성도 점검하고 있다.

김주형 다음은 좌타자 황정립이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서 8라운드 전체 74순위라는 낮은 순번에 지명됐지만, 지난 시즌 막판 데뷔 첫 타석에서 대타로 장외홈런을 쏘아 올려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다.

하지만 아직은 잠재력만 있는 수준이다. 올시즌도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고, 9월 중순부터 1군에서 기회를 잡았다. 29일 현재 17경기서 타율 2할4푼2리 1홈런 8타점으로 활약은 미미하다. 그래도 KIA 코칭스태프는 최근 황정립에게 1루수 겸 6번타자 자리를 주고 있다. 하위타선에 나서기 시작하다 아예 김주형 뒤로 자리를 옮겼다.

이미 순위싸움이 끝난 마당에 하는 '단기적 리빌딩'에서 갑작스런 성장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김주형이나 황정립 같은 타자가 나지완 만큼 성장한다는 보장도 없다. '포스트 나지완'을 너무 늦게 대비한 대가는 크다.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 만으로 새로운 4번타자감을 발굴하는 건 쉽지 않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1일 군산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무사 1루 SK 김상현 타석 때 1루 대주자 김재현이 포수 견제구에 가까스로 세이프되고 있다. KIA 1루수는 황정립.
군산=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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