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손승락의 송구실책, 100% 수비의 맹점

기사입력 2013-10-09 18:33



누가 봐도 번트가 나올 상황. 상대 벤치는 이에 대응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프로야구에선 수년 전부터 '100% 수비'가 유행처럼 번졌다.

상대의 번트 가능성이 100%로 라고 생각됐을 때, 대응하는 작전이다. 상대는 무사 1,2루 혹은 무사 2루에서 주자를 무조건 3루로 보내기 위해 번트 작전을 시도할 수 있다. 3루수와 1루수는 투수가 공을 던지는 동시에 홈으로 돌진한다. 유격수와 2루수는 각각 3루와 1루로 뛴다. 번트 타구를 잡은 야수는 일단 3루로 공을 보낸다. 포스아웃 상황인 무사 1,2루거나 타자의 발이 느리다면 병살도 충분히 가능하다. 병살 플레이가 안 된다 하더라도 상대에게 3루를 허용하지 않는다. 1사 1,2루 혹은 1사 1루가 이어지는 것이다.

100% 번트 수비는 큰 경기에선 더욱 빛을 발한다. 1점이 중요한 승부, 작전이 나오면 상대의 분위기에 그대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타석에 서있는 타자를 가장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도 3차전에서 무사 1,2루 100% 수비 상황이 나왔고, SK는 삼성의 견고한 수비에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대응했다. SK 박재상의 타구는 삼성 투수 안지만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100% 수비 때문에 3루와 2루 모두 수비가 비었고, 2루수 조동찬이 2루로 돌아와 1루주자 정근우만 잡아냈다. 2사 2루 혹은 2사 3루가 될 상황이 1사 1,3루가 된 것이다.

이처럼 100% 수비가 항상 상대의 작전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 '배수의 진'이라고 볼 수 있다.


9일 목동구장에서 2013프로야구 준PO 2차전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무사 2루에서 정수빈의 번트 타구를 1루에 악송구하며 실점을 허용한 손승락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0.9
방패가 견고해지면, 창도 날카로워지기 마련이다. 양쪽 모두 상대의 빈틈을 끝없이 노린다. 100% 수비 역시 계속 진화하고 있다. 넥센의 경우, 올시즌 '75% 수비'를 만들어냈다. 기본적인 시프트 상황은 똑같다. 3루수와 1루수는 모두 압박을 펼치고, 유격수와 2루수가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다.

하지만 75% 수비는 100% 수비가 가진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대 타자의 움직임을 보고 변화한다. 번트 자세면 압박, 아니라면 정상 수비인 것이다.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같은 작전엔 확실히 대응할 수 있다.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이번에도 넥센의 75% 수비가 나왔다. 1-1 동점이 된 9회 선두타자 이종욱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타석에 있던 정수빈은 이종욱이 2루에 안착하자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넥센은 그대로 75% 수비를 실행했다. 대시 능력이 떨어지는 박병호는 1루에 있었지만, 3루수 김민성이 홈으로 쇄도했다.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는 75% 수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수빈의 번트 타구는 함께 대시했던 투수 손승락 앞으로 갔다. 무리한 대시는 아니었다. 타구 방향이 투수 정면이었다. 타구를 잡은 손승락은 3루를 한 번 쳐다 본 뒤, 1루로 공을 던졌다.

사실 포수 허도환은 손승락에게 "1루"라고 소리치며 1루를 가리켰다. 하지만 손승락은 공을 잡은 뒤 3루부터 봤다. 수비 시프트 시스템에서 나온 맹점이었다. 3루로 뛴 주자를 잡게다는 생각이 강했다. 손승락의 송구는 정수빈의 등에 맞고 외야로 향했다. 송구 실책. 넥센은 시프트를 성공시키지 못하면서 뼈아픈 실점을 했다.


목동=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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