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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번트가 나올 상황. 상대 벤치는 이에 대응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프로야구에선 수년 전부터 '100% 수비'가 유행처럼 번졌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도 3차전에서 무사 1,2루 100% 수비 상황이 나왔고, SK는 삼성의 견고한 수비에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대응했다. SK 박재상의 타구는 삼성 투수 안지만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100% 수비 때문에 3루와 2루 모두 수비가 비었고, 2루수 조동찬이 2루로 돌아와 1루주자 정근우만 잡아냈다. 2사 2루 혹은 2사 3루가 될 상황이 1사 1,3루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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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75% 수비는 100% 수비가 가진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대 타자의 움직임을 보고 변화한다. 번트 자세면 압박, 아니라면 정상 수비인 것이다.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같은 작전엔 확실히 대응할 수 있다.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이번에도 넥센의 75% 수비가 나왔다. 1-1 동점이 된 9회 선두타자 이종욱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타석에 있던 정수빈은 이종욱이 2루에 안착하자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넥센은 그대로 75% 수비를 실행했다. 대시 능력이 떨어지는 박병호는 1루에 있었지만, 3루수 김민성이 홈으로 쇄도했다.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는 75% 수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수빈의 번트 타구는 함께 대시했던 투수 손승락 앞으로 갔다. 무리한 대시는 아니었다. 타구 방향이 투수 정면이었다. 타구를 잡은 손승락은 3루를 한 번 쳐다 본 뒤, 1루로 공을 던졌다.
사실 포수 허도환은 손승락에게 "1루"라고 소리치며 1루를 가리켰다. 하지만 손승락은 공을 잡은 뒤 3루부터 봤다. 수비 시프트 시스템에서 나온 맹점이었다. 3루로 뛴 주자를 잡게다는 생각이 강했다. 손승락의 송구는 정수빈의 등에 맞고 외야로 향했다. 송구 실책. 넥센은 시프트를 성공시키지 못하면서 뼈아픈 실점을 했다.
목동=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