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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아(phobia)'.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공포증을 뜻한다. 과거의 경험에 따른 심리적 현상이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편안하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막상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런 대상이나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과거의 공포가 되살아나면서 자꾸만 위축되고, 결국 엉뚱한 행동을 하고 만다.
승리의 9부 능선까지 오른 상황. 그러나 넥센의 반격이 매섭게 이어졌다. 넥센은 8회 부터 마운드에 오른 변진수를 상대로 대타 문우람과 1번 서건창이 연속 안타를 치며 무사 1, 2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래도 어쨌든 니퍼트는 2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제 1명의 타자만 처리하면 경기는 끝난다. 그런데 하필 그 상대가 박병호였다. 니퍼트로서는 지난 8일에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1차전의 악몽을 안떠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선발로 나선 니퍼트는 0-0이던 1회말 2사 3루에서 박병호에게 2점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2S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어놓고도 결정구를 던지지 못한 결과였다. 3구 볼에 이어 박병호가 연속 3개의 파울타구를 만들어내며 니퍼트를 물고 늘어지자 니퍼트는 7구째에 볼을 던지며 흔들렸다. 결국 박병호는 니퍼트가 던진 8구째 직구를 통타해 중월 2점 홈런을 날렸다.
하필 이 6일 전의 악몽이 니퍼트의 집중력을 뒤흔들고 말았다. 다시 박병호와 만난 니퍼트는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초구와 2구 모두 볼. 볼카운트가 2B로 불리해지자 어쩔 수 없이 가장 자신있는 148㎞의 직구를 던졌다.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간 공. 하지만 코스가 나빴다. 박병호가 가장 좋아하는 바깥쪽 높은 코스.
박병호에게 이런 공을 던지는 것은 실투나 마찬가지다. 결국 박병호는 이 공을 비거리 125m짜리 대형 중월 3점 홈런으로 만들었다. 3-3 동점을 만들며 두산의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에 잠시 제동을 건 회심의 일격. 니퍼트의 '박병호 공포증'이 재현된 것이다.
다행히 두산은 연장 13회초 대타 최준석의 홈런 등 타선이 폭발해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그러나 니퍼트와 두산 입장에서는 오래 기억에 남을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