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LG와 두산의 경기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1회초 무사 1,3루서 두산 김현수가 우익수 앞 적시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두산 김현수가 깨어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김현수는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5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리며 모처럼 이름값을 했다. 특히 1회 무사 1,3루 찬스에서 LG 선발 류제국의 144㎞짜리 몸쪽 직구를 잡아당겨 우익수 앞으로 강하게 흘러가는 적시타를 때리며 선취 타점을 기록했다. 김현수의 해결 능력이 발휘되는 순간, 분위기는 두산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관중석에서는 "김현수"의 이름을 연호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고개를 떨구기 일쑤였던 김현수의 표정은 안타 한 방으로 확 바뀌었다. 5회에는 2사후 류제국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치며 타격감이 상승세를 탔음을 알렸다.
김현수는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15타수 1안타 1타점에 그쳤다. 3차전에서 8회 왼손 강윤구로부터 우측으로 2루타를 날린게 전부였다. 김현수는 1,2차전에서는 4번 1루수, 3~5차전에서는 3번 좌익수로 출전했다. 아무래도 1,2차전서 8타수 무안타에 그친 이유가 4번 타순이라는 부담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작이 순조롭지 못한 까닭으로 전체적인 흐름과 밸런스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역시 김현수의 자리는 3번이다. 이날 플레이오프 1차전서 김현수는 평소대로 3번 좌익수로 나섰다.
사실 김현수의 타격감은 정규시즌 막판부터 좋지 않았다. 시즌 마지막 20경기에서 타율 2할5푼에 2홈런 11타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타격폼에 대한 혼돈이었다. 김현수는 7~8월 9개의 홈런을 몰아치는 등 올시즌 16개의 아치를 그리며 2년만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특히 7,8월에는 허리와 골반 회전력을 이용해 방망이에 힘을 싣는 파워 배팅을 하며 장타력을 높였다. 하지만 9월 이후 타격폼을 원래대로 컨택트 히팅 스타일로 바꿔 포스트시즌에 임하고 있다. 지금은 일발 장타보다는 찬스에서 적시타를 날리고, 최준석과 홍성흔 등 장타자들 앞에서 찬스를 만드는데 주력해야 할 때다. 김현수도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김현수는 그동안 포스트시즌에 관해서는 안좋았던 기억이 더 많이 남아 있다.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이 2할5푼5리로 통산 정규시즌 타율 3할1푼6리보다 크게 떨어진다. 두산의 간판타자로 매번 큰 기대를 받지만, 결정적인 순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경기가 참으로 많았다.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으로 뛴 2008년 한국시리즈서는 21타수 1안타로 극심한 부진을 보였고, 2010년 플레이오프에서는 9타수 1안타에 그치기도 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서도 포스트시즌 징크스에 시달리는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라이벌 LG를 상대로 부활을 알리는 타격을 펼치며 진정한 '가을의 사나이'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심리적인 부담을 벗고자 하는 마인트 컨트롤도 원동력이 되고 있다. 안되는 타격을 억지로 끌어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현수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안맞는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