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선발투수 교체시점 정석과 변칙 모두 통했다

최종수정 2013-10-17 05:56

'운명의 라이벌' LG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16일 잠실에서 펼쳐 졌다. 두산 홍상삼이 7회부터 선발 노경은을 구원 등판 역투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포스트시즌에서는 선발투수의 한계 투구수를 작게 잡는 경우가 많다. 대개 경기가 박빙 양상으로 흘러가는 관계로 불펜 활용도를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선발투수의 역할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선발투수 교체 시점이 승부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16일 잠실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은 LG 류제국, 두산 노경은이었다. 첫 경기서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는 점에서 두 투수에게 맡겨진 임무는 중차대했다. 두 투수 모두 1회에만 2점을 내줬을 뿐, 이후 교체될 때까지 팽팽한 '투수전(pitching duel)'으로 명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교체 시점을 놓고 양팀 사령탑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류제국은 정규시즌서 12승2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하며 LG 마운드의 기둥역할을 했다. 류제국은 20번의 선발 등판에서 게임당 평균 97.75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100개 이상 던진 경기가 9번이고, 5월 19일 잠실 KIA전서 던진 81개가 최소 투구수였다. 국내 데뷔 시즌 선발로 우수한 '내구성'을 과시한 셈이었다. 더욱이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5일 잠실 두산전은 7⅓이닝 동안 104개의 공을 던지며 8안타 2실점으로 승리를 따내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류제국은 5⅓이닝 동안 109개의 공을 던졌다. 올시즌 최다 투구수 기록이었다. 이닝당 평균 20개가 넘는 공을 던졌으니, 투구수 관리만큼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LG 김기태 감독은 6회 1사후 류제국이 오재원을 볼넷, 최재훈을 사구로 내보낸 뒤 김재호를 상대로 초구를 낮은 볼로 던지자 주저없이 이동현으로 교체했다.

김 감독은 류제국이 투구수 80개를 넘긴 5회부터 이동현을 불펜에서 준비시키고 있었다. 6회 1사 1,2루의 위기, 투구수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교체 결정은 '정석'에 따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정적으로 김재호를 상대로 던진 초구의 약해진 구위가 김 감독의 교체 판단을 더욱 명확하게 해줬다. 이어 이동현은 김재호를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143㎞짜리 바깥쪽 낮은 직구로 2루수 직선아웃으로 유도하고, 이미 스타트를 끊은 1루주자까지 잡아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으니 김 감독의 선택은 적중한 셈이었다.

이에 반해 두산 김진욱 감독은 선발 노경은의 교체에 대해 '변칙'을 택했다. 노경은은 6이닝 동안 4안타 3볼넷 2실점을 기록하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올렸다. 투구수는 88개. 노경은이 정규시즌서 100개 이상의 투구수를 18번이나 기록하고, 6회에도 볼넷 한 개를 내주기는 했지만 지친 기색없이 140㎞대 중반의 직구를 뿌렸음을 감안하면 이른 교체였다. 더구나 김 감독은 이날 경기전 "경은이가 6회 이후에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이 있기는 하나, 오늘은 최대한 길게 던지게 할 생각"이라고 했던 터라 LG도 생각못한 '허를 찌르는' 교체나 다름없었다.

노경은에 이어 등판한 홍상삼은 첫 타자 김용의를 상대로 원바운드 공을 몇 차례 던지는 등 제구력이 좋지 못했다. 1사후 윤요섭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낼 때까지만 해도 김 감독의 교체 시점에 의문 부호가 따랐다. 그러나 홍상삼은 1사 1루서 손주인을 144㎞짜리 직구로 유격수 앞 병살타로 처리하며 그대로 이닝을 끝낸 뒤 8회와 9회를 각각 무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제 몫을 해냈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변칙적인 선발 교체 결정 역시 성공한 셈이었다. 김 감독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몇 차례 투수 교체가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이날만큼은 과감한 결단으로 승리를 품에 안았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두산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1사 1,3루의 위기에서 LG 류제국이 교체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