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2사 2루서 2루주자 문선재가 이병규(9)의 우전안타 때 홈에서 아웃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0.19.
홈에서의 보디체크, 한국 야구팬들의 높아진 수준을 봤을 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시기는 지났다.
LG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19일 잠실구장. 수준의 높낮음을 논하기는 어색한 경기였지만, 손에 땀을 쥐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음은 부인할 수 없었다. 5대4 두산의 짜릿한 1점차 승리. 특히, 9회초 LG가 연이어 주자를 2루에 놓고 안타를 때렸지만 임재철과 민병헌의 환상적인 보살로 경기가 마무리 돼 팬들을 열광케 했다.
관건이 된 것은 두 번째 민병헌의 보살 장면. 2사 주자 2루 상황서 이병규(9번)의 우전안타 때 2루 주자 문선재가 홈에 파고들었으나 두산 포수 최재훈의 블로킹에 막혀 문선재는 아웃이 되고 말았다. 송구가 포수 좌측으로 쏠린 감이 있었지만 최재훈이 길목을 잘 막고 있었고, 문선재의 보디체크에도 최재훈이 꿈쩍하지 않으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전 상황에서 이대형과 충돌한 데 이어 두 번 연속 홈 충돌을 당한 최재훈은 고통을 호소하며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문선재와 최재훈의 충돌에 논란이 집중됐다. 최재훈이 고통을 호소하자 '문선재가 최재훈을 다치게 했다'며 정당하지 못한 플레이였다는 비난이 일었다. 특히, 문선재는 정규시즌 삼성과의 경기에서 조동찬이 부상을 당하는 순간 충돌한 주인공이었기에,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최선을 다한 선수에 너무 가혹한 처사다. 결론부터 말하면 문선재의 플레이는 정당했다. 팀의 운명이 갈릴 수 있는 순간, 홈플레이트 터치를 마다할 주자는 없다. 자신이 가는 길에 포수가 길을 막고 서있다면 밀고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저지하기 싫은 포수도 없는 법이다. 충돌이 일어나도라도 이겨내야 한다. 만약, 정당한 충돌 과정에서 부상이 염려됐다면 그 염려된 사람이 자리를 비켜주면 그만이다. 두 사람은 승리를 갈망했고,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다.
물론, 지켜야 할 법은 있다. 주자는 팔꿈치나 발을 사용하여 포수를 가격하면 안된다. 어깨와 어깨로 정당한 몸싸움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심각하게 충돌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부상 염려가 줄어든다. 오히려 어설프게 들어가다 두 사람의 팔꿈치, 발목, 무릎 등에 충격이 가해진다면 더 큰 부상이 야기된다. 포수도 지켜야 할 룰이 있다. 송구가 들어오는 순간 길을 막아야 한다. 공이 오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 욕심 탓에 주자가 들어올 길을 미리 막고 서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매너가 부족한 플레이다.
물론, 문선재와 최재훈의 충돌 장면은 위의 위반 사항에 위배된 것이 없었다. 두 사람의 플레이 모두 정당했다. 다만, 끝까지 미트 속에서 공을 빠뜨리지 않은 최재훈의 정신력의 승리였다. 모두들 최재훈이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에 안타까워했지만, 문선재도 선수 생명을 건 플레이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가. 안경을 낀 선수가 승리를 위해 과감하게 보디체크를 시도했다. 충돌 순간, 안경이 얼굴에서 빠져 날아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만약, 잘못 부딪혀 눈가에서 안경이 깨지기라도 했다면 큰일이 날 뻔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선후배 문화가 엄격하고 학연 등으로 끈끈한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홈에서 선수들이 과감한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서로의 부상을 염려해주는 측면도 있다. 현장에서 야구를 하다 은퇴한 전문가들이 많기에 신뢰성 있는 말이다. 정규시즌 경기, 또 큰 의미가 없는 득점 장면에서는 주자들이 일찌감치 득점을 포기하고 홈에서 쉽게 아웃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플레이가 익숙했던 선수들이 중요한 순간 어설프게 홈에서 충돌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