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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은 기회의 무대다. 수많은 깜짝 스타들이 탄생한다. 워낙에 큰 주목 속에서 경기가 치러지다보니 한 번 찾아온 기회만 잘 살리면 페넌트레이스보다 몇 배는 더 많이 부각될 수 있다. 그래서 포스트시즌에 처음으로 나선 선수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난다.
허경민이 말한 '친구들', 이미 프로야구의 스타가 된 인물들이다.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나갔던 대표팀 동료들을 허경민은 '친구들'이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두산 입단 동기인 두산 외야수 정수빈과 각각 삼성, KIA, LG의 주전 유격수들인 김상수 안치홍 오지환 등이 포함돼 있다. 세 선수 모두 억대 연봉을 받고 있으며, 김상수와 안치홍은 한국시리즈 우승도 해봤다.
그렇게 참고 견딘 끝에 나선 포스트시즌 첫 선발. 하지만 허경민은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는 그런대로 안정적이었는데, 문제는 테이블세터에 걸맞는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결국 허경민은 이후 계속 벤치를 지키다가 경기 후반 대주자-대수비 전문요원으로만 나서야 했다.
그러나 허경민은 '참는 것'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기다리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믿었다. 정답이다. 허경민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오재원-이원석의 부상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주고 있다. 더불어 준플레이오프 때와는 달리 타석에서도 편안한 스윙으로 자주 안타를 만들어낸다.
지난 28일 4차전에서는 8번 3루수로 나와 3타수 2안타를 쳐 팀의 2대1 승리를 뒷받침했다. 5차전에서도 같은 자리에 나와 4타수 2안타를 날렸다.
이처럼 하위타선에서 멀티히트가 자주 나오면 상대방 투수 입장에서는 무척 괴롭다. 곧바로 상위타선에 득점의 연결고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들은 보통 하위타선에서는 체력을 아끼고 쉬어가려 한다. 그래야 롱런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하위타선마저 쉽게 넘어갈 수 없게되면 이런 계획이 꼬인다. 그러다보면 투구수가 많아지고 일찍 강판될 가능성이 크다. 허경민이 하위타선에서 해주는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허경민이 남은 경기에서도 '하위타선의 반란'을 이어갈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