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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13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MVP)와 최우수신인선수, 각 부문별 시상식'이 열렸다. 타자부문 수위타자상을 수상한 LG 이병규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삼성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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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 선배님, 감사합니다" "나는 희관이한테 고맙다."
2013 프로야구 MVP, 최우수신인선수 및 각 부문별 시상식 무대. 수상 소감을 말하는 선수들이 서로서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한 시즌 동안 적수로 지내온 서로에게 도대체 뭐가 고맙다는걸까.
시작은 롯데 손아섭이었다. 최다안타 부문 수상자로 무대에 선 손아섭이 LG 이병규(9번)에게 선제타를 날렸다. 수상소감을 말하던 손아섭은 "작년 이 자리에서 양손에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밝히겠다고 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더니 대뜸 "이병규 선배님, 감사합니다"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순간,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야구팬이라면 대부분 알 만한 사연이다. 손아섭은 최다안타 뿐 아니라 타격 타이틀 유력 1위 후보였다. 시즌 막판까지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장외 타격왕이던 이병규가 시즌 막판 규정타석을 채우며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마지막까지 경쟁한 끝에 3할4푼8리의 이병규가 3할4푼5리의 손아섭을 가까스로 제쳤다. 그 아픔의 상처를 이병규에게 촌철살인 멘트로 표현한 손아섭이었다.
절묘하게 곧바로 타격 타이틀 부문 시상이 이어졌다. 단상에 오른 이병규는 "이 상을 준 희관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최했는데 두산 투수 유희관에게 고맙다고 한 이병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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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MVP, 최우수 신인 선수, 각 부문별 시상식이 열렸다. 시상식에서 최다 안타상을 받은 롯데 손아섭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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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도 사연이 있었다. 이병규는 자칫하면 타격왕 타이틀을 손아섭에게 내줄 뻔 했다. 정규시즌 최종전인 10월 5일 잠실 두산전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면 하루 전 경기를 마친 손아섭에 밀리는 상황이었다. 정규시즌 최종 순위를 가르는 경기. 긴장했던 탓인지 이병규는 두 번째 타석까지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만약, 3번째 타석마저 안타를 때려내지 못했다면 분위기상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할 뻔 했다. 하지만 이 때 이병규를 살린게 유희관이었다. 교체로 마운드에 오른 유희관은 이병규가 가장 좋아하는 느린 커브볼을 몸쪽 높은 곳으로 던져줬고, 이병규는 이 공을 받아쳐 2타점 역전 결승 적시 3루타로 만들어냈다. 본인이 타격왕 타이틀을 확정지음은 물론, 이 안타로 LG는 기적과 같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유희관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이병규는 곧바로 "아섭이에게는 정말 미안하다"는 말로 손아섭에게 다시 한 번 비수를 꽂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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