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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14승을 올리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중 한 명이 바로 류현진의 '귀와 입'이 되어준 LA 다저스의 한국계 직원 마틴 김이다. 14일(한국시각) 텅빈 다저스타디움에서 올시즌 류현진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였던 마틴 김을 만났다. 이날 마틴 김은 시즌 중 입던 운동복 대신 다저스 마케팅 직원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 최근 한국에 다녀왔는데, 인천공항에 몰린 취재진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저는 어쩌면 류현진이라는 선수 옆에 있는 그림자일 뿐입니다. 제가 스타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요. 가끔 가족과 밖에서 시간을 보낼 때 사람들이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고 하십니다. 심지어는 저에게 사인을 원하시던 분도 계셨지요. (웃으며)그런데 제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사인을 해 드리나요. 저는 사실 사인도 없어요. 서류에 사인하는 사인이 제가 하는 사인의 전부입니다. 가끔은 이런 상황이 마냥 신기하기도 합니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한국의 야구장을 둘러보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한국에서 잠실, 목동, 문학구장을 가 보았습니다. 한국 야구장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운동장 바닥에 광고를 넣는다는 점입니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도 하지 않는 방식이라 새로웠습니다. 반대로 한국 야구장 마케팅의 아쉬운 점은 야구장이 작다보니 TV 위주의 광고, 즉 카메라에 잡히는 공간에만 마케팅을 하는 것 같았어요. 올시즌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관중만 400만명 정도 됩니다. 많은 팬들이 찾아주는 만큼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해도 큰 효과가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경우 평균 관중을 1만5000명으로 잡았을 때 그 정도의 숫자를 상대로 구단들이 관중을 위한 마케팅에 주력하기엔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또 구단이 아닌 시가 야구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구단 수입이 시와 분산되는 점도 아쉽습니다. 야구장에 거는 광고판 하나 갖고도 시와 구단이 수입을 나눌텐데, 그렇게 해선 구단 수익이 크지 않을 것 같아요. 야구장 만큼은 구단이 운영했으면 더 좋을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위해 방한했던 걸로 압니다.
스폰서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저를 먼저 알아봐 주셔서 신기했습니다. 내년엔 많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다저스타디움에 진출했으면 좋겠어요. 다저스는 국제 마케팅에 언제나 심혈을 기울여 왔고, 한국 과자와 주류가 경기장에 들어온 최초의 팀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저스와 스폰서를 요청하는 한국 기업의 숫자는 어느 정도인가요.
류현진이 다저스에 온 뒤로 관심이 2배 정도 늘었어요. 많은 관심에 감사하지만, 많은 돈을 준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스폰서십을 맺을 순 없습니다. 다저스 입장에선 한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가졌을 때 서로의 이미지가 조화가 돼야 합니다.
-류현진 통역을 하며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요.
얻은 점은 답하기 쉽지요. 현진이의 성공을 옆에서 함께 하면서 나에게도 많은 기회들이 열렸다는 점입니다. 잃은 점은 개인적인 생활이 없어졌다는 것이죠. 마케팅과 통역까지 두 가지를 하다보니, 저는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언제 어느 곳에서 필요할 지 몰라서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올해는 다른 것은 포기하고, 야구장, 비행기, 호텔에서만 생활한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내년 마틴 김이 류현진 통역을 또 맡을지 궁금해 합니다.
구단과는 이야기가 진행중이지만 아직 결정된건 없습니다.
-류현진 통역을 하는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나요.
한국 기자와 미국 기자의 질문들을 들으며 양국의 문화 차이가 있다는걸 느꼈어요. 그래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처음에 마이너에서 메이저리그로 올라올 때 선수에게 인터뷰 스킬도 가르칩니다. 그래야 그 선수가 인터뷰 때 말 실수를 하지 않으니까요. 류현진은 한국서 바로 와서 한국 방식으로 인터뷰를 하다 보니, 미국 언론엔 조금은 다르게 비쳐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진이에게 '내가 미국적인 대답으로 조금 돌려서 통역할게'라고 말해주기도 했죠. 제가 영어로 통역하는 내용이 현진이가 말하는 내용과 조금은 다르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절대 포인트와 내용을 왜곡하진 않습니다.
-한국서 인터뷰때 통역으로 귀가 되겠다고 했다. 가끔은 입이 될 필요도 있지 않은가요.
통역은 선수가 하고 싶은 말을 제가 하기 싫어도 해야 합니다. 류현진은 말이 많은 스타일은 아니지만 자기가 말을 해야할 땐 하는 편입니다. 전에 현진이가 '형 그 이야기좀 언론에 해줘'라며 부탁을 하더군요. 저는 '진지한 이야기면 네가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너의 메신저가 아니라 목소리야'라고 말하면서 현진이를 타일렀습니다. 통역을 하며 현진이 몸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팀닥터에게 설명할때 제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평소에 말을 조심스럽게 하는 편인데, 최근 한국에서 다저스에서 관심있게 지켜보는 한국 선수가 있다고 말했는데요.
당시의 말은 다저스 뿐 아니라 빅리그 모든 스카우트들이 특정 한국 선수를 지켜보고 있다는 말이었어요. 우리 팀은 세계 시장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에 스카우트가 3명이나 있어요. 그때 말한건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로 한건데 이야기가 커졌습니다.
-최근 류현진과 라면 광고를 찍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현진이가 CF를 촬영할 때 따라가서 사진만 같이 찍었습니다. 그게 전부인데 이야기가 커졌어요. (웃으며)제가 광고를 찍은 게 아니구요. 현진이만 찍은 겁니다.
-직접 책을 쓴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놀라며)어떻게 아셨어요? 아직까지 확정된건 아닙니다. 기자분들이나 팬분들이 SNS를 통해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제가 2년 동안 일기를 써왔는데요. 혼자만 알기엔 아깝다고 생각해서 한국에 내가 쓴 일기를 책으로 낼 계획을 생각중에 있습니다.
-2년 동안 일기를 쓰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구단 직원중 한 분이 '자네에겐 앞으로의 2년이 평생에 가장 기억에 남을 시간이 될 수도 있으니, 나처럼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일기를 한번 써봐라'라고 말해 준 적이 있어요. 그리고선 '혹시 그거 책으로 낼 수도 있는거 아니겠어'라고 하셨는데, 저도 그 말을 듣고 평소 비행하는 시간을 쪼개서 꾸준히 일기를 썼습니다. 그 분 말대로 될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필라델피아 팬이고, 체이스 어틀리 팬으로 알고 있는데요. 류현진과의 맞대결 때 느낌은 어땠나요.
현진이에게 경기 전날 농담으로 '현진아 내일 살살해라'라고 이야기했는데, (웃으며)류현진이 저에게 살기 어린 눈빛을 보내더군요. 결국 어틀리가 현진이에게 2개의 홈런을 쳤는데, 경기를 마치고 현진이가 '좋아요? 좋아?'라며 장난을 걸기도 했죠. 어틀리는 제가 따로 사인도 받았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그래도 현진이가 잘 던져야 더 기뻐요.
-포수 A.J 엘리스가 '마틴 김은 류현진의 좋은 친구지만 우리들의 동료이기도 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미국의 격언중 '1층과 2층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다르다'라는 말이 있어요. 저와 선수들은 분명 다른 층에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라커룸 적응이 어려웠어요. 그들과 동료가 된 비결이라면, 노력을 많이 안해야 한다는 겁니다. 친해지려 노력을 하면 티를 내게 되는데 그러면 그들도 저를 부담스러워합니다. 초반엔 라커룸에 들어가서 그들이 먼저 말을 걸 때만 말을 했고, 먼저 말거는건 절대 안했어요. 의외로 메이저리거들이 일반적인 사람과 똑같이 취급받길 원해요. 그들이 대단한 선수라고 특별 대우를 해주면 오히려 그들과 친해지기 힘듭니다.
-유리베와의 사건 당시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를 느끼셨나요.
뺨사건 때 오해가 생겨서 류현진이 무척 당황스러워 했어요. 그 사건은 한국적인 사고로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건 전부터 서로 친했고, 서로 장난도 치며 놀았었는데, 서로가 평소에 하던 장난을 한 게 카메라에 잡혀서 이슈가 된 것 뿐입니다.
-백인 선수들은 왜 그런 장난을 안칠까요.
류현진이 히스패닉 선수들과 빨리 친해진 이유는 문화적으로 스킨십 같은 서로가 친해지는 방법이라 비슷해서 그렇습니다. 백인들은 그런 문화권이 아닌 것이고요. 류현진도 한국서 남미 선수인 바티스타와 친했다고 하는데 한국과 남미 선수들이 서로 문화가 잘 맞는거 같아요.
-류현진이 선수들에게 종종 먼저 말을 걸기도 하던데,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현진이가 미국에 온 뒤 영어가 늘었어요. 그런데 듣는게 는 거지 쓰는 건 원래 어느 정도는 되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 살면서 마음 편하게 안되는 영어로 부딪히는 용기가 생긴 게 좋아요. 통역하기 전에 류현진한테 먼저 물어봐요. '너 다 이해했어?'라고 하면 현진이는 '이 부분은 이해했고 그 부분은 몰랐어'라고 말합니다. 대략 느끼기에 현진이가 포인트는 다 알아듣는 것 같아요.
-A.J 엘리스가 말한 '캄다운(Calm down)'을 '컴다운(Come down)'으로 알아듣고 낮게 던졌다고 했는데, 그런 일화가 또 있나요.
엘리스가 아니라 라미레즈였어요. 라미레즈가 현진이에게 다가가 양손을 내리며 침착하라고 했는데 현진이가 '아, 낮게 던지라는 거구나'라고 알아듣고 낮게 던졌었지요.(웃음)
-매팅리 감독에게 류현진에 대해 물어보면,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심으로 류현진을 신뢰하고 좋아하는것 같던데요.
감독님 뿐 아니라 코치들도 류현진을 좋아합니다. 매팅리 감독은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는 선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LA에 오자마자 팀 행사때 감독님과 류현진이 만났는데, 감독님이 '너에 대해 이야기 많이 들었다. 편하게 너 하고 싶은대로 해라'고 말해주시더군요. 현진이도 감독이 원하는대로 자기 방식대로 잘 해왔습니다. 현진이도 매팅리 감독을 정말 좋아하고, 저도 매팅리 감독의 팬입니다. '돈 매팅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LA=곽종완 통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