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들의 역습, 왜 모두 투수인가

기사입력 2013-12-25 11:13



올시즌 NC 손민한은 화려하게 마운드에 돌아왔다. 140㎞ 중반대의 공을 뿌리는 손민한을 보고 많은 야구인들이 "지금 공을 던지는 게 손민한 맞냐"고 했을 정도다. 2009년 어깨 수술 이후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한 그였다. 모두가 선수생활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복귀 전보다 빠른 공을 뿌렸다.

선발로 돌아와 6월 한 달 동안 4경기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77을 기록했다. 올드보이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이후 불펜에서 활약하며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올시즌 성적은 5승6패 9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43. 내년 시즌에도 활약을 기대케 하는 모습이었다.

손민한의 재기에 고무된 NC는 박명환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손민한과 함께 2000년대를 주름 잡았던 우완 트로이카의 한 축이었던 박명환, 그는 통산 102승으로 손민한(108승)의 뒤를 따르고 있지만 지난해를 끝으로 LG 유니폼을 벗었다. 2010년이 마지막 1군 등판이었다. 그 역시 오랜 시간 통증을 참아온 어깨가 탈이 난 게 문제였다.

지난 9월 말 각 구단 스카우트들을 대상으로 공개 테스트를 진행한 박명환은 NC 외에 복수의 구단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무적상태로 지낸 지난 1년간 착실히 재활에 임했고, 투구폼 수정을 통해 최적의 밸런스를 찾았다. 공개테스트에선 직구 최고구속이 140㎞ 정도가 나왔다. 부활의 징조를 보인 것이다.

박명환 외에도 내년 시즌엔 이미 은퇴를 선언했던 신윤호와 김수경이 돌아온다. 2001년 다승왕 출신 신윤호는 2008년 이후 5년만에 마지막 소속팀이었던 SK로 돌아와 재기를 꿈꾼다.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던 통산 112승 투수 김수경은 넥센을 떠나 고양원더스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두산 시절 박명환. 스포츠조선DB
올드보이들의 귀환은 팬들에게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지친 사회인들에게 '재도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수명이 짧은 국내프로야구에서 선수생활을 늘리는 좋은 본보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라운드로 돌아오는 올드보이들은 모두 투수에 한정돼 있다. 롱런하는 선수 역시 야수 보다는 투수다.

올시즌 방출된 선수들을 살펴봐도 그렇다. 두산에서 스스로 방출을 선택한 우완투수 김선우는 세 팀의 구애 끝에 LG행을 결정했다. 신명철은 기존 구단 입단을 타진하다 실패해 신생팀 KT로 갔다. 신명철 외에 다른 선수들은 새 팀을 찾지 못해 은퇴의 기로에 놓였다. 강동우는 벌써 은퇴를 선언했다.


이는 투수라는 포지션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잠시 은퇴를 했다 하더라도 투수는 단시간에 감각을 찾을 수 있다. 쉬면서 손상됐던 팔꿈치나 어깨가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체계적인 재활로 몸을 만든 손민한과 박명환 등이 이런 케이스에 속한다.

또한 팀별로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인식이 있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있어 투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투수는 나이가 들면서 구속이 떨어져도, 제구력이나 노련미로 살아남을 수도 있다. 기교파 투수도 통하는 게 야구다. 반면 타자는 배트스피드가 떨어지면 급격히 그 가치가 떨어진다. 만약 잠시 그라운드를 떠나기라도 한다면, 프로 선수로서 생명은 끝난다고 봐야 한다. 빠른 공에 대한 감각은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 찾기 힘들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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