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를 가슴에 품어야 했던 염경엽, 그리고 이만수 감독

기사입력 2014-10-17 18:11


2014 프로야구 넥센헤어로즈와 SK와이번즈의 경기가 17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전 SK이만수 감독과 넥센 염경엽감독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목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10.17/

"가슴 한 켠에 사표를 늘 품고 살았다."

프로스포츠에서 감독이라는 직업은 스포츠인으로서 분명 영광된 자리이지만 동시에 가장 외로운 자리일 것이다. 하루하루의 성적에 피가 마를 수 밖에 없다. 특히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야구는 더욱 그렇다. 월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열리기 때문에 그만큼 큰 관심의 대상이다.

2014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인 17일 롯데 김시진 감독은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1년의 계약이 남아 있지만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목동구장서 열리는 넥센과 SK전을 앞두고 두 팀의 염경엽 감독과 이만수 감독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올 시즌 가슴 한 켠에 사표를 품고 살았다고."

물론 두 팀의 현 상황은 차이가 난다. 넥센은 이미 2위를 확정지으며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지난 시즌 처음으로 부임한 염 감독은 초짜 사령탑임에도 2년간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반면 SK는 이날 넥센전에서 승리를 거둬도 부산 사직구장에서 LG가 롯데를 물리친다면 아쉽게 5위에 그치며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다. 하지만 SK는 이번달 들어 16일까지 6승1무2패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결국 시즌 마지막 날에 4위가 결정되는 흥미로운 상황을 만들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SK 선수들의 근성이 만들어낸 결과다. 게다가 주전 선발 투수와 야수, 외국인 선수들이 차례로 이탈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일궈낸 결과이기에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 두 감독은 최종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사표'라는 단어를 꺼냈다. 과연 왜 일까?

넥센은 5월 초반까지 1위를 달리다 문성현 오재영 나이트 등 선발 투수들이 동반 부진에 빠졌고 셋업 투수인 조상우마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5연패, 1위에서 4위까지 추락했다. 염 감독은 "이 시기에 과연 4위라도 지켜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다. 팀의 가장 큰 위기였다. 그래도 금민철 하영민 김영민 등 백업 멤버들이 제 몫을 하면서 버텨낼 수 있었다"며 "감독 데뷔 첫 해인 지난해 빤짝하고 올해는 4위 이상을 하지 못했다면 사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SK는 시즌 초반 1위를 달리다 노장 박진만의 부상 이후 야수뿐 아니라 투수들이 줄 도미노처럼 전력에서 빠져나갔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들도 하나같이 부상을 호소하며 이탈, 대체 투수인 밴와트가 합류하기 전까지 제대로 된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다. '차'와 '포'를 뗀 상태에서 SK는 급기야 7월초 8위까지 떨어졌고 2개월 가까이 최하위를 걱정해야 할 처지까지 됐다.

이만수 감독은 "박진만의 부상 이후 야수들의 집단 이탈, 윤희상의 경기 중 부상 이후 선발진까지 무너지면서 정말 힘들었다"며 "사임을 해야할 상황이었지만 팀에서 끝까지 믿어줬고 결국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너무 고마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로 계약 만료일이다. 향후 재계약을 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동안 고마웠고 즐거웠다"며 담담한 소회를 밝혔다. 만약 이날 기적같이 SK가 4위를 확정짓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경기를 보여준다면 이 감독이 재신임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큰 어려움을 딛고 이미 '가을야구'에 초대를 받았거나 혹은 시즌 막판 집념의 야구를 보여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두 팀, 그리고 염 감독과 이 감독은 분명 다른 팀들로선 부러운 처지다. 그만큼 자신의 능력도 충분히 발휘했다. 하지만 언제든 유니폼을 벗을 생각을 해야만 했다. 그만큼 사령탑이란 자리는 불안하고도 외로운 곳이다.
목동=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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