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훈련하고, 잠깐 밥먹고, 또 훈련하고. 그렇게 48일을 보냈다. '휴식'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일찌감치 지워버렸다. '48일간의 지옥훈련'. 어떤 선수는 "영원히 안 끝나는 줄 알았다"며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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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특별한 변수가 생겼다. 한화 수비의 핵심인 정근우가 캠프 중간 송구에 맞아 아래턱뼈 미세골절 부상을 당한 것. 천만다행으로 실금만 간 상태라 빠르면 정규시즌 개막 때는 복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백업 요원들이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결국 시범경기 기간 한화 내야진은 커다란 시험을 치러야만 한다. 진짜 얼마나 성장했는지 판가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근우라는 거물이 빠진 상황에서도 얼마나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줄 수 있는가. 시범경기 내내 이어질 관전포인트 ①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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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주장이자 붙박이 4번타자인 김태균은 명실상부 '이글스 공격력'의 중심이다. 그가 얼마나 폭발력있는 타점 생산력을 보이는지에 따라 전체 타선의 위력이 좌우된다. 제 아무리 다른 타자들이 맹타를 휘두른다고 해도, 4번이 침묵하면 소용이 없다. 전체적인 공격의 흐름이 거기서 딱 끊기게 된다.
김 감독이 한화에 처음 부임한 뒤 김태균을 향해 "3할-30홈런-100타점을 해야한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 감독은 '강맹한 4번타자'의 위력을 잘 알고 있다. 더불어 김태균만큼 그런 역할에 적합한 타자가 없다는 점도 잘 안다. 김 감독이 보는 김태균은 힘과 정확성에 유연함까지 갖춘 만능 타자다.
김태균 역시 자신이 해야할 일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어느 누구 못지않게 성실히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더구나 '캡틴'의 타이틀까지 달았다. 원래부터 강했던 책임감은 두 세배로 더 굳건해졌고, 이는 자기 반성과 발전으로 이어진다.
김 감독은 1월말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이런 말을 했다. "김태균이 지금과 같은 느낌으로 계속 쳐준다면 30홈런은 문제없이 넘긴다." 부분적인 스윙폼과 타격 포인트 재조정으로 '거포'의 조건을 완성했다는 뜻.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완성한 김태균이 시범경기에서부터 홈런포를 가동한다면 '시즌 30홈런' 달성확률은 더욱 커진다. 이 또한 주의깊게 봐야할 포인트 ②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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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한화 마운드는 처참했다. 선발과 중간, 마무리를 가릴 것 없이 총체적 부진이 수 년간 이어졌다. 이 점을 개선하는 것 역시 '탈꼴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일단 선발 마운드는 어느 정도 고민이 해결됐다. 유먼과 탈보트 등 두 명의 외국인선수와 FA로 영입한 배영수, 송은범 등이 4선발 로테이션을 채우게 될 전망이다. 남은 자리는 이태양 유창식 김민우 등이 시험 무대에 서 있다. 다른 팀과 비교해서 크게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선발보다 김 감독이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중간계투-마무리 라인이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이 부분을 어떻게 강하게 만들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해 왔다. 그렇게 만든 구상을 캠프에서 현실로 만들어냈다. 권 혁-윤규진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나왔다. 권 혁은 마치 삼성의 안지만처럼 필승계투를 맡고, 윤규진이 마무리를 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두 선수 모두 스프링캠프 마지막까지 김 감독이 붙잡고 가르쳤다. 밸런스, 투구폼 등을 모두 다듬는 과정이 계속 반복됐다. 그래도 그 속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김 감독은 "이제는 공을 강하게 뿌릴 수 있게 됐다. 이전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고 만족감을 표시한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전에서는 어떻게 나타날 지 두고볼 필요가 있다. 시범경기는 이들이 워밍업을 하고 본 실력을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경기 막판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 관전포인트 ③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