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어쩔 수 없었던 롯데-LG 투수전

최종수정 2015-03-11 15:42

LG 트윈스가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의 글렌데일 다저스 스프링캠프장에서 전지훈련에 임했다. 이번 1차 캠프에는 양상문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13명, 선수 41명 등 총 54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롯데 이종운 감독이 LG 캠프를 찾아 양상문 감독(왼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1.19

매우 적극적인 초구 공략, 그리고 삼진 속출.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시범경기가 열린 11일 부산 사직구장. 양팀은 전날 한파로 인해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이날도 부산은 쌀쌀했다. 경기 개시시간인 오후 1시 무렵에는 약 10도까지 온도가 상승한다고 해 경기가 진행됐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체감 온도는 영하와 다름 없는 날씨였다.

때문에 이색 경기가 연출됐다. 정규시즌에도 쉽게 볼 수 없는 초대박 투수전이 벌어졌다. 일단, 야수 라인업부터 주전급 선수들이 양팀 모두 거의 보이지 않았다. 쌀살한 날씨 속 부상이 염려된 것.

여기에 타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방망이를 마구 휘둘렀다. 투수들도 도망가는 피칭 없이 자신있게 가운데로 공을 뿌렸다.

레일리와 임지섭이 선발로 나와 3이닝씩을 던지고 들어갈 때까지는 '두 사람이 잘던지는 투수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4회 종료 후 양팀 감독이 구심과 이것저것 얘기를 나눈 후부터 경기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타자들은 무조건 3구 이내에 공격을 시도했다. 볼카운트가 2S로 몰리면 지나가는 공을 그냥 쳐다보고 삼진을 당했다. 투수들도 컨디션 점감 차원 정도에서 공을 뿌리는 모습이었다. 이날 롯데 투수들은 10개, LG 투수들은 총 12개의 삼진을 합작해냈다. 초구 공격이 난무했다. 4회부터 6회까지 양팀 통틀어 단 1개의 안타도 나오지 않았다. 7회말 손용석의 좌전 안타와 김대우의 기습 번트 안타로 정적이 깨졌다.

사실, 감독 입장에서는 추운 날씨 속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무리를 하다 다칠까봐 걱정이다. 때문에 의미가 없는 시범경기를 무리해서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10일 경기도 모두 취소됐었다. 그렇다고 계속 쉴 수만은 없다. 투수들이 돌아가며 공을 던지고 컨디션 점검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롯데와 LG전은 의미없는 경기가 될 뻔했다. 그래도 LG가 8회초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 점검 차원으로 타석에 투입하며 경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오지환이 선두 대타로 나와 솔로홈런을 때려냈고, 박용택의 2루타에 이어 백창수의 적시타까지 터졌다. 2명의 이병규도 모두 나와 방망이를 돌려봤다.


반면, 롯데는 LG와 달리 주전급 타자들을 경기 끝까지 아꼈다. 8회말 2사 만루 찬스가 걸렸지만, 대타는 나오지 않았다. 손용석이 3루 땅볼로 물러나며 그렇게 경기는 2대0 LG의 승리로 끝났다.

속사정이 있기에 치열한 투수전이라고 높은 평가를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분명, 양팀 선수들의 경기는 힘이 빠져있는 모습이었다. 이 경기를 보려고 추운 날씨 속 사직구장을 찾은 부산 팬들은 허무했을 수도 있다. 물론, 이 날씨에 경기장을 찾을 정도의 열정이라면 어쩔 수 없는 사정을 이해할 만한 팬들이기에 양팀 선수단은 다가오는 정규시즌에서 아껴뒀던 힘을 모두 쏟아내면 된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차원의 경기였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