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나위 없었다.' KIA 타이거즈 좌완 에이스 양현종의 시범경기 첫 등판은 이렇게 평가할 수 있을 듯 하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호투로 시즌 전망을 밝혔다.
11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KBO리그 시범경기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선발로 등판한 KIA 양현종이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 포항=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3.11
올시즌 KIA 전력의 핵심인 양현종은 11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시범경기에 등판했다. 전날 이상 한파로 인해 경기가 취소됐던 포항은 이날도 상당히 추웠다. 바람도 많이 불었다. 경기 취소를 해도 무방한 날씨. 그러나 전날보다는 약간 기온이 높아 경기가 강행됐다. 하지만 선수들이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줄 만한 날씨는 아니었다.
특히 손가락 끝의 감각이 중요한 투수들에게는 최악의 날씨다. 자칫 부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양현종은 이 모든 악조건을 '실력' 하나로 극복해냈다. 명실상부 팀의 에이스라 할 만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더할 나위 없었다'는 평가가 합당한 이유다.
이날 양현종은 길게 던지진 않았다. 부상을 우려해 2이닝만 던졌다. 그러나 임팩트가 강했다. 총 28개의 공을 던져 삼성 6타자를 퍼펙트로 돌려세웠다. 제구가 되지 않은 공은 하나도 없었다. 22개가 스트라이크였고, 6개가 볼이었다. 볼은 타자를 유혹하기 위해서만 던진 것.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의 3개 구종만 사용했다. 이중 직구는 22개를 던졌는데 140~145㎞의 구속을 찍었다. 커브는 2개를 던졌는데 각각 112㎞, 115㎞를 기록했다. 슬라이더는 4개를 던져 123~128㎞를 형성했다. 3월 초순, 그리고 추운 날씨를 감안하면 구속은 잘 나온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날 양현종의 피칭에 쏠린 관심은 컸다.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피칭을 하지 않았기 때문. 당연히 연습경기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부상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양현종과 KIA 코칭스태프의 '전략'이었다. 이미 구위가 검증된 양현종에게 중요한 건 실전보다는 충분한 훈련량이었던 것. 실전 감각은 시범경기 때 만들어도 된다고 판단했다.
이 전략이 옳았다. 양현종은 첫 실전 피칭에서 힘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은 묵직했다. 모든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1회 선두타자 나바로. 8구까지 가며 기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1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신성' 구자욱은 2B2S에서 5구째에 헛스윙 삼진. 박석민 역시 2구 만에 3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1B에서 2구째 몸쪽 직구를 자신있게 쳤는데, 오히려 배트가 부러졌다.
2회에도 공은 묵직했다. 선두타자 이승엽에게는 초구와 2구를 안쪽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꽂았다. 결국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이승엽은 자신있는 스윙을 하지 못했다.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박한이도 유격수 땅볼. 박찬도는 3구 삼진이었다.
양현종의 첫 퍼포먼스는 여기서 끝이었다. 그러나 계속 투구를 보고싶게 만들만큼 임팩트가 컸다. 이런 모습이 계속 이어진다면 올시즌 뛰어난 성적을 기대할 만 하다. 첫 피칭을 성공적으로 마친 양현종은 "오늘은 밸런스 점검을 우선 고려하며 공을 던졌다"면서 "추운 날씨였는데, 나쁘지 않은 투구를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나친 겸손이다. '나쁘지 않은 투구'가 아니라 '빼어난 투구'가 적합한 표현이다.